가족온난화
어느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다.
부부는 마치 한 여름밤의 에어컨 온도 같다고.
어쩜 이렇게 안 맞을 수 있는 거냐고.
내가 알기로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에서 무릎을 탁 쳤더란다. 그만큼 공감 가는 장면이란 뜻이였겠지.
이렇듯 환경이란 건 두 사람이 맞추기도 참 힘든 건가보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하물며 네 식구를 맞추기란 거의 기적의 확률 아닐까?
매년 여름만 되면 우리 집은 그 기적의 확률을 찾기 위해 치열한 접전이 시작된다.
21도를 원하는 아빠의 의견엔
‘어우 집을 시베리아로 만들 셈이야?’라는 엄마의 반격이 들어온다.
23도를 원하는 동생의 의견엔
‘그것도 난 너무 추워서 머리 아프더라’라는 내 호소에 무산된다.
25도를 원하는 나에겐
‘그건 안 킨 것만 못하지’라는 아빠의 태클이 들어온다.
아니 우리가 지금 같은 곳에 살고 있는 게 맞아? 맞냐구!
같은 온도인데도 누구는 시베리아라고 느끼고 누구는 한여름의 적도 같다고 느끼니
이거야 말로 기상이변, 아니 체온이변 아닐까.
안타깝게도 우리집은 이 사안을 N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때론 엉뚱한 상상도 해보았다. 뭐 예를들어 22.5도, 23.7도 같이 나노 단위로 온도를 미세 조정할 수 있는 에어컨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흠.. 다인 가족에게 그보다 좋은 여름가전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오늘도 정신없이 이 사람 손에서 저 사람 손으로 바쁘게 옮겨지는 에어컨 리모컨만 안쓰러울 뿐이다.
에휴~ 올 여름도 전쟁 시작이다!
여러분 집의 에어컨 리모컨은 안녕하신가요?
최적의 온도는 도대체 몇 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