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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드저널 Sep 19. 2016

아빠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스물여섯 젊은 아빠 한군의 이야기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부부 뮤지션 <복태와 한군> 가족을 만났다. 


Editor 이은진 Photo 이주연 Film 최소명


스물 여섯 젊은 아빠 한군의 육아방식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다. 오히려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이라서 더 특별해 보인다. 늘 아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눈높이를 맞춘다. 아이들을 소유물이 아닌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동등한 인격체로 대한다. 그리고 스스로 부모로서 아마추어임을 인정한다. 

세상의 그 어떤 아빠도 프로가 아니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부모라는 호칭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아이를 가르치는 대신 신나게 놀면서 함께 즐긴다. 욕조에 물감을 풀어놓고 타일을 도화지 삼아 그림도 그린다. 아빠와 몸으로 직접 부대끼며 생성되는 진한 친밀감이 훗날 아이에게 깊이 기록되리라는 소망이 바라는 전부다. 

한군은 아빠가 된 후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목적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행위 자체가 폼나고 멋있다고 생각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음악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을 수 있는 최고의 도구가 됐다. 그렇게 음악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이 되었다. 

아빠의 기타 소리, 엄마의 노랫소리, 그리고 그 리듬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추는 두 아이. 이 가족의 무대는 뛰어난 기교는 없지만 여느 대단한 뮤지션의 공연보다 빛이 난다. 결국 아이를 통해 음악도, 가족도, 아빠도 성장하고 있다.


https://vimeo.com/162512306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뭐예요?

우선 우리들만의 기상송을 틀어요. 싸늘한 아침 공기를 음악으로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 좋아요. 그다음은 아침을 준비해요. 올 해부터는 엄마 대신 제가 아침 식사 당번이 되어 더 분주하네요. 오늘 아침은 과일과 인스턴트 호빵을 먹었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 그럴싸한 요리를 내기에는 실력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매일 밤 자기 전에 ‘내일 뭐 먹지?’ 고민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뮤지션 ‘한군’에서 아빠 ‘한겨레’가 되면서 삶에 큰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고 저의 삶에 관한 태도를 재정립하게 됐죠. 예를 들면 시간, 인간관계 같은 모든 것이 포함돼요.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스물여섯 살의 한겨레는 훨씬 더 미성숙한 존재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을 통해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엄마와는 다른 아빠만의 육아법이 있을 것 같아요.

온몸으로 부대끼며 놀아주는 것. 세상의 모든 엄마가 강하다고 하지만 남자가 체력적으로 좀 더 강한 건 사실이니까요. 아이들과 함께 뛰고, 구르고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친밀감도 형성되고요.



평소 아이들과 함께 자주 찾는 놀이 공간이 있다면?

알라딘 중고서점에 자주 가요. 책은 빌리지 않고 꼭 구입해서 읽어요. 그래야 온전히 내 것이 되는 느낌이거든요. 가끔은 아이들과 동화책에 낙서를 하거나 오리고, 접고 또 응용하면서 놀 수도 있기도 하고요. 트렘폴린장(넓은 그물망이 스프링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 위에서 점프를 할 수 있는 운동구)도 자주 가는 편이에요. 원하는 노래를 신청하고 노래들 들으며 춤추고 놀 수 있어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가끔 싸이키 조명을 켜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지음이와 이음이는 거의 무아지경인 상태가 되죠.


본인만의 교육 철학이 있나요? 

우선 기본적인 전제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 어떤 상황에서든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주입시키고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부모는 아이가 비옥한 토양에서 스스로 싹을 잘 틔울 수 있게 보조만 해주는 거죠.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경험’이에요. 아이들이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사소하더라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줘요. 가끔 옷을 입힌 채로 목욕을 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아이들에게 씻는 것조차도 하나의 놀이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하네요.



첫째 지음이가 공동 육아 시스템의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들었어요. 

지금 지음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성미산 중턱에 있어요. 오전 시간에는 야외 수업 위주로 이루어져요. 아이가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부모들 간의 커뮤니티도 잘 형성되어 있어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깨닫는 점이 많죠. 공동육아 시스템은 부모에게도 많은 공부가 돼요. 부모로서 아직 미성숙한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부모들이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한군이 유년 시절 받았던 교육 시스템과도 연관이 있나요? 

물론. 아마도요. 저를 포함해 졸업생이 3명밖에 안 되는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녔어요. 자연 속에서 신나게 뛰어놀며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죠. 제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환경, 숲과 나무로 둘러 쌓여있던 자연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리워요. 빌딩 사이에 있는 도시의 학교와는 확연하게 다르죠. 그러고 보면 요즘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시스템은 조금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육아 정보는 주로 어떻게 얻고 있나요? 

주로 책을 통해 정보를 얻는 편이에요. 그 속에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워요. 새로운 놀이 방법도 연구하고요. 톰 호지킨슨의 <즐거운 양육 혁명>은 지금까지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책 중 하나예요. 서안 정 저자의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초 간단 놀이 육아>라는 책도 좋아해요. 창의적인 놀이와 관련된 사례가 많아 아이디어가 고갈되었을 때마다 수시로 참고하고 있어요.



뮤지션 엄마, 아빠를 둔 아이들은 음악을 좀 더 자연스럽게 접했을 것 같아요. 

첫째 지음이가 11개월쯤 분유 통을 젬베처럼 두드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제 갓 걷기 시작한 아이가 의식적으로 악기를 두드리는 것을 보면서 천재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여느 아빠들처럼 딸 바보네요. 둘째 이음이는 남자라서 그런지 디제잉 장비에 호기심을 보이고, 드럼도 좋아해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부모의 영향을 받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지음, 이음이 만을 위한 음악 수업도 진행하나요?

수업이라는 표현은 너무 거창하고, 음악으로 논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이음이는 업타운 펑크, 캐미컬 브라더스, 다프트 펑크 같은 리듬감이 살아있는 음악을 좋아해요. 지음이는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 LP나 카세트테이프에도 관심이 많아요. 우쿨렐레나 하모니카도 좋아하죠.


아이들과의 음악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사실 정답은 없어요. 아이들이 원하는 선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빠의 역할이죠. 우선 소리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깨우칠 수 있도록 해주면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이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하다고 생각해요. 저희 아이들도 음악을 통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https://vimeo.com/162512538


정말 아이들이 악기를 다루는 게 남다르네요. 가족 연주회를 하면 또 다른 감동이 있을 것 같아요. 

아내와 제가 늘 꿈꾸는 일이에요. 아이들과 함께 각자의 악기를 들고 긴 음악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생각해요. 아일랜드의 어느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여행을 언젠가 꼭 떠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보통 아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아에 쓰는 시간 비중이 높은 것 같아요. 뮤지션 한군으로서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 같은데?

20대 초반에 아빠가 됐어요. 보통 한국의 남자들보다 훨씬 빠른 편이죠. 온전히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통해 저도 성장하고 있고, 결국은 더 깊고 진짜 이야기를 담는 뮤지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요? 

‘친구’ 같은 아빠 아닐까요. 아이들을 늘 평등한 존재로 대할 줄 아는 아빠.




*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아버지들의 잡지, 

<볼드 저널>은 여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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