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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드저널 May 23. 2018

소년기부터 중년기까지, 아빠를 위한 심리 특강 (1)



words 최혜진  illust 김지하




소년기부터 중년기까지 생애 전환기마다 조금씩 다른 증상으로 찾아오는 ‘남자의 사춘기’, 그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 특강 1탄.





Ferocious Fours

걸핏하면 떼쓰는 미운 네 살


기동력 ★★★☆☆
자기방어 ★☆☆☆
화 폭발력 ★★★★☆
운영 난이도 ★★★☆☆
필살기: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지?’ 부모를 헷갈리게 하는 잦은 떼



이 시기는 자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심리적으로 생각할 능력이 없는 유아기다. 나라는 사람의 욕구, 선호, 감정 등을 세상에 내보이면서 자아상을 그려가야 하는 시기인 것. 소리 지르기, 짜증 내기, 떼 부리기는 ‘나를 형성해가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 때문인데, 그 욕구를 발산할 때 주변에 있는 가족이 자신을 봐주길 바라는 건 이 시기 아이의 자연스러운 특징이다. 단순히 발산하는 것으로는 만족되지 않는 것. “아, 네가 이렇게 장난을 쳤구나”, “네가 지금 지루하구나” 하며 봐주는 존재가 곁에 있길 바라는 게 이 시기 아이의 심리 상태다.


흔히 딸에 비해 아들을 양육하는 게 훨씬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생리적 차이에서 비롯한다. 여자아이는 보통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타인의 시선도 잘 응시하고 이야기도 집중해서 듣는다. 남자아이는 생리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꽂힌다. 큐브, 축구공, 야구공, 바퀴 등 움직이는 물체에 초점을 맞추는 신경중추가 여자아이보다 더 발달했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여자아이에 비해 적게 분비되기에 스스로를 통제하는 게 더 어렵다. 그래서 몸을 마구 움직이며 충동적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징

“엄마, 이것 좀 봐” 소리를 하루에 2000번쯤 한다.

걸어가도 되는데 굳이 뛰어다닌다.

까불면서 입으로는 온갖 효과음을 낸다.

야단을 치면 실실 웃기만 한다.

아무리 혼내도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부모가 하는 말을 계속 따라 하거나 부모를 놀리듯 말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에서 수업 흐름과 상관없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부산을 떤다.

떼가 나면 일단 바닥에 드러누워 온몸을 버둥거린다.






Stroppy Sevens

죽이고 싶은 일곱 살

기동력 ★★★★☆
자기방어 ★★☆☆☆
화 폭발력 ★★★★☆
운영 난이도 ★★★★☆
필살기: 대상을 괴롭히는 것으로 표출되는 ‘공격을 통한 우월감 느끼기'



모든 사람에겐 무서움, 두려움, 폭력성 등 마음 안에 존재하는 어두운 그림자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어른은 어두운 감정이 들 때 ‘괜한 걱정이야. 잊자’ 하며 그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이 연령의 아이에겐 그게 안 되면서 힘들다. 마음속 어두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것. 


이 시기 남자애들이 폭력적 장면이나 잔인한 놀이에 꽂히는 건 그런 걸 보면서 ‘어둠이 존재하는 내 마음이 이상한 게 아니구나’ 하고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린 남자아이가 흔히 영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이유는 아이 내면에 싹튼 목적의식 때문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면 남자아이는 세상을 구하고 싶어 한다. 힘센 남성 영웅에 자신을 투사함으로써 삶의 목적을 분명히 세우고 자기 자신만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고, 악당을 물리칠 힘을 지닌 존재에 대한 선망이 마음속에 자리하는 것.



특징

걸핏하면 “싫어”라며 고함친다.

곤충을 잡아서 잔인한 놀이를 한다.

때리고 부수는 공격적 놀이만 재미있어한다.

‘똥’과 ‘고추’에 대해 끝없이 집착한다.

잘못해놓고 혼을 내면 아주 서럽게 운다.

앙갚음을 하려고 한다.

만화 속 영웅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TV에서 사고가 나는 장면이 나오면 유난히 집중해서 본다.




유년기 외계인과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른 입장에서는 통제가 잘되는 아이를 선호하겠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욕구를 발산할 기회가 분명히 필요하다. 떼, 허튼짓, 장난 등을 통해 배속에서 발길질하듯 내 세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아보는 것. 유년기 아이의 부산함을 건강한 상태라고, 생명력을 건강하게 발산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모의 심리적 고단함이 조금 누그러질 것이다. 또 이 시기 아이에겐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특별히 의도해서 허튼짓을 하는 게 아니고 “와, 재밌겠다” 같은 감성적 충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아이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판단하며 해석하지 말자.

유년기 남자아이는 특히 마음 안에 있는 공포나 공격 충동을 이해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두려움에 대해 믿을 수 있는 어른과 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영웅 캐릭터가 좋아?”, “너의 특별한 능력은 무엇일까? 너는 사람을 어떻게 돕고 싶니?”, “요즘은 누구 생각을 많이 해?”, “마음속에 어떤 걱정이 있니?” 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공격성을 좋은 목표를 향해 순화하도록,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Preteen’s Puberty, Early Rebels

벌써부터 반항, 초딩들의 3.5춘기


기동력 ★★★★★
자기방어 ★★★☆☆
화 폭발력 ★★★★☆
운영 난이도 ★★★☆☆
필살기: 순하고 착한 아이였다는 부모의 믿음을 산산이 깨는 당돌한 반항, 애늙은이처럼 보이는 무기력증



가족과 감정적 유대감을 쌓아야 하는 시기지만, 하루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빨리 찾아온 사춘기. 스마트폰, 아이돌 그룹, 게임 등 유혹거리는 늘어난 반면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줄고, 시험 성적으로 또래와 겨뤄야 하는 경쟁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초등생이 많아졌다.

그런 압박감을 부모와 나눌 수 없다는 것이 3.5춘기 아이들의 고충이다. 이 시기 아이의 머릿속에 있는 부모란 존재는 자신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사람, 스트레스 원인으로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특징

2차 성징이 막 시작되며, 반항심과 심리적 불안감을 느낀다.

욕을 하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카톡으로 남 흉보는 데 열을 올린다.

학교 내 권력관계에 예민해진다.

친구보다 우월해지고 싶어 한다.

여드름이 나면 바로 찌질이가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걸 엄마 탓으로 돌린다. 성적 떨어진 것도, 배고픈 것도, 게임에서 진 것도 엄마 탓.

학교 성적으로 자신을 한계 짓는다.

냉정할 정도로 현실적 진로 고민을 한다.





Terrible Teens, What Do You Want Me to Do about It?

도대체 어쩌라는 거니, 중2병




기동력 ★★★★★
자기방어 ★★★★★
화 폭발력 ★★★★★
운영 난이도 ★★★★☆
필살기: 허세, 겉멋, 냉소, 자의식 과잉


사춘기 청소년 남자아이의 마음 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면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는 마음이 우울하고 힘들면서도 그 마음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과시, 공격, 폭력 행동으로 과잉 표현하는 것.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우울함을 누군가 알아주고 공감해주길 기다리는 상태다.


이 시기는 또래 집단과의 관계 맺기가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중·고등학교 남학생이 삼삼오오 집단을 이루면 순식간에 리더, 리더의 충신, 놀림감이 되는 존재 등 위계질서가 생긴다. 오랫동안 사냥과 수렵을 하며 생존 현장에 뛰어들어야 했던 남성들의 생물학적 진화 흔적이다.

허세를 얼마나 부릴 수 있는지에 따라 센 아이, 약한 아이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마치 경쟁을 하듯 폭력성이나 반항심을 표출하는 경우도 많다. 이 시기 남자아이 집단 내에서 ‘약한 애’로 밀리는 건 생존 불안을 자극하는 중대한 스트레스다. 실제로는 우울하고 짓눌려 있는 상태임에도 그렇다고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
어른의 사회에서는 공부 잘하는 게 최고지만, 또래 집단 사이에서는 밀리지 않는 센 캐릭터가 되는 게 너무나 중요하다는 이 이중적 압력도 혼란의 큰 원인이다.



특징

걸핏하면 우울하다고 한다.

"아, 됐어"란 말을 입에 달고 살며, 욕도 남발한다.

스마트폰에 빠져 산다.

엄마에게 걸핏하면 성질을 내는 동시에 깊은 죄책감도 느낀다.

죽는 것도 두렵지 않다며 위험한 장난을 하기도 한다.

주먹으로 벽을 치거나 가래침 뱉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SNS에 심오한 멘트를 많이 올린다.

파멸, 광기, 피 등 만화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멘트에 꽂힌다.

자신이 남들보다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 외계인과 사이좋게 지내려면
사춘기 무렵에 접어든 아이가 조금이라도 자기 뜻을 거스르면 부모는 쉽게 “너 사춘기인가 보다. 너 중2병이네” 하며 낙인을 찍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섣부른 판단은 아이를 숨 막히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유년기에 부모와 관계가 좋았던 아이라 할지라도 청소년기 아이는 마음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혼란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한테 말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공간이 점점 커져간다. 아이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걸 모조리 알려고 다가가면 오히려 부담만 주면서 역효과가 난다. 약간 일탈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 그 하나의 행동에 너무 주목하지 말자. 그 모습만 보고 아이 상태를 단정 짓지 말자. 마음속에 우울함이 있겠거니 생각하는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자. 이 시기엔 부모와 자녀가 멀어져야 정상이다.

독립을 연습하는 시기이기 때문. 어렵겠지만 아이가 표출하는 원망이나 짜증의 말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한 귀로 흘려보내라. 대신 아이를 힘들게 하는 상황을 봐주고 “마음처럼 안 되니?”, “생각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니?”라며 상황에 대한 반응만 하라. 또 자녀에게 실제로 얼마만큼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는지 부모로서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 가부장제에 반대하는 아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고자 하는 아빠, 남의 삶을 기웃대지 않는 아빠, 멋스러움을 아는 '모던 파더'들의 말과 얼굴을 모으는 미디어 <볼드저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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