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자점

by 릿다


‘톡톡...’

늦은 밤, 같은 반 친구 미영이가 내 방 창을 두드렸다.

대문 옆 좁은 골목길로 나가 보니, 그녀는 담벼락에 기대 서 있었다.


미영이가 속삭였다.

“집 나와삣다. 이제 집에 안 갈끼다.”

“뭐 때메?”

“... 삼촌이 내한테 나쁜 짓 안 했나.”

“그라머 삼촌이 집을 나가야제. 와 니가 집을 나오노?”

“...내가, 소름 끼치게 싫타 아이가!”


말을 마치자, 미영이는 힘없이 담벼락에 몸을 기대더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이 막히는 듯 꺽꺽거리며 울었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쓱쓱 닦은 뒤, 미영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살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며, 일거리 찾으러 같이 가자고 했다.

우리는 남포동을 하루 종일 헤매다, 어느 구석진 양과자점 유리창에 손글씨로 붙여 놓은 ‘점원 구함(숙식제공)’ 종이를 보게 되었다.

미영이가 땀에 젖은 축축한 손으로 내 손을 꼭 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우리를 훑어보더니 물었다.

“니들 어리 보이는데, 몇 살이고?”

“지는 열다섯 살이고, 야는 지 동생입니더.”

순간, 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고 옆눈으로 미영이를 바라봤다. 텁수룩한 곱슬 단발머리에 얼굴이 큰 미영이는, 정말 언니처럼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얼굴을 찡그린 가게 주인이 퉁명스레 말했다.

“동생이랑 집에 갔다가, 내일부터 일하러 온나.”



얼마 뒤, 나는 미영이가 일하는 양과자점에 갔다. 밖에서 기웃거려 보아도 미영이는 보이지 않았다.

양과자점 옆, 긴 동굴처럼 컴컴하고 좁은 골목을 살피니, 멀리서 직사가형의 빵통이 탑처럼 쌓여 걸어오고 있었다.

헉- 숨이 막혀 그대로 굳어 선 내 눈앞에, 미영이의 다리가 보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미영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직사각형 빵통을 위아래로 바꿔 가며 양과자를 진열장에 가지런히 채워 넣었다.

잠시 후, 가게 밖으로 나온 미영이는 조금 전 빠져나온 골목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나를 향해 오라는 손짓을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골목 안에서는 달콤한 과자 굽는 냄새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골목 벽에 기대 선 미영이는 주머니에서 양과자를 꺼내 내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너네 엄마가 니 찾는다고 학교에도 오고, 우리 집에도 왔다 갔다.”

“... ...”


미영이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일 안 힘드나? 그만 집에 가자.”

그러자 그녀는 숙인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낮게 속삭였다.

“내가 여기 있는 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된다. 약속해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미영이도 손을 들어 내 새끼손가락에 손가락을 걸고 잠시 흔들다가, 가라는 듯 손을 툭 밀쳤다.

그리고는 잰걸음으로 달려, 달콤한 양과자 굽는 냄새 속으로 사라졌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주머니 속 양과자를 꺼냈다.

미영이의 땀이 밴 손바닥처럼 조금 눅눅했지만, 처음 먹어 본 양과자는 맛있었다. 입에서 스르륵 녹아내렸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미영이를 보러 양과자점에 갔지만, 그녀는 이미 급료를 받고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 후로 나는 미영이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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