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7. 집
2019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을 뽑으면 분명히 '부동산'이 한 자리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자리던 둘만 모여도 부동산 이야기를 나눴고 자금이 조금이라도 준비된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뭐라도 사야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했다.
나의 무지로 경제라는 것은 늘 어렵고 낯설며 저만치 떨어져있는 것 같은 분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의 부동산 시장은 정말이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어려운 영역의 것이었다.
한마디로 비이성적인 것처럼 느껴졌달까?
일단 나는 부동산, 좀더 구체적으로 집은 삶에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재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집은 의.식.주의 한 구성요소지 않은가? 물론 그 형태에 대해서는 월세, 전세, 매매 등 다양하겠지만.
잉여 재화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재테크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자율 경쟁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대에 안맞는 소리같긴한데 난 그렇게 생각한다.
부동산 투자라는 것이 원투데이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요 몇년간은 좀 심했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보다 몇천씩 가격이 오르는 일은 예사였고 기껏 계약을 한 건에 대해서도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며 매도자가 계약금의 배를 물어주고 파기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2년 전 선택의 기로에서 매매가 아닌 전세를 택했을 뿐인데 집 값은 그 사이 요단강을 건너 저 멀리 가버렸고 이제는 대출을 받아서도 집을 살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곡소리가 울려퍼졌다.(물론 반대급부로 이득을 본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파트 값은 그냥 막 올랐다. 처음에는 살(Living) 곳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끝내는 살(Buying) 것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앞뒤도 재지 않고 샀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서울의 아파트 값은 사상최고치를 갱신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도 작년 말에는 '사라사병'에 걸렸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서울의 집을 사지 못할 것 같고, 나만 빼고 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버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집을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인걸 알면서도 몇년간 모은 돈을 꺼내보며 만지작 거리고 은행에 가서 집 구입시 얼마나 대출이 나올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순간순간 불안해했다.
집을 구입해 내 집 값이 몇 억이 오르기 전까지는 치료되지 않을 것 같던 중증의 사라사병이 차도를 보이기 시작한 건 아빠와의 대화 덕분이었다.
"어떠한 물건이던 필요하면 사는거고 필요없으면 사지 않는게 당연한데, 지금 너는 분위기에 휩쓸려 필요도 없는 것을 갖고 싶어하는거 아니니?"
"아니야 아빠. 나는 서울에서 일하기 때문에 집이 필요해.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이득인지 아빠도 알잖아. 그리고 집 값이 오르고 있는데 이왕이면 사서 나도 거기에 거주하고 가격도 오르면 일석이조로 좋은거잖아"
"회사 근처에 집이 필요한거면 오피스텔이나 빌라도 많아. 그런 집들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걸 너도 알고 있지? 그리고 앞으로도 집 값이 오를거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니? 전문가들도 힘든 일을 우리같은 초보가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지말고 현재 너의 능력과 필요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반박할 수 없었다. 너무 다 맞는 말이어서.
그리고 그 날 이후 사라사병이 약간씩 나아지고 있다. 아직 완치가 되진 못했지만.
올해 쉐어하우스 계약이 끝나고 나면 나는 집을 매수할 지 전세를 살지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결정했다. 나에게 필요한, 나에게 맞는 집으로 결정할 것이다.
자 집보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