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은 밥이다

by 봄비

"제발 한 숟가락만 더 먹고 가"


엄마는 내가 고등학생 때까지 쫓아다니며 밥을 먹여줬다. 밥을 잘 안 먹는 아이였냐고? 절대 아니다! 나는 밥을 아주 많이 그것도 잘 먹는 아이였다. 그럼에도 엄마는 늘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한 숟가락이라도 더 입에 넣어줬다. 엄마는 여전히 밥에 진심이다. 밥을 차리고 먹이고 잘 먹는 모습을 볼 때 큰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 제발 그만 좀 가져와. 그만 먹을래!"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은 아마도 먹을 것을 넘치게 먹여주는 것인가 보다. 엄마 집에 가면 늘 밥상 한가득 차려놓고 밥을 먹는다. 밥은 고봉밥이고 김치는 여러 종류를 꺼내놓는다. 반찬은 그릇에 푸짐하게 담는다. 국은 한 솥 끓여놓고 김치볶음밥을 해놓으면 몇 끼니를 먹어야 해치울 정도로 양이 많다. 밥은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어야 한다. 밥을 다 먹고 나면 과일 후식을 내온다. 배가 터지기 직전인데 "하나만 더 먹어봐"라며 기어코 입에 과일을 넣어준다.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기에 엄마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엄마의 넘치는 사랑을 다 먹어줄 수는 없다.


엄마 밥은 엄마가 주는 사랑이다. 사랑을 넘치게 먹어줘야 엄마 마음이 풍족해진다. 엄마가 남편에 대해 싫은 소리를 하기 시작한 것도 밥 때문이었다. "OO 이는 장모님이 밥을 차려주면 맛있다라던가 잘 먹었다라던가 말 한마디가 없어" 밥에 진심인 엄마는 차려준 음식에 일언반구 하지 않는 사위가 못마땅했다.


맛있게 밥을 차려준 엄마는 우리의 반응을 살핀다.


"어때? 맛있지?"

"응 맛있네"


"이게 OO이모가 농사지어 가져다준 무로 담근 깍두기인데 생각보다 간이 삼삼해. 내가 요즘 간을 못 봐. OO 이는 어때?"


가족 중에서도 남편의 눈치를 제일 살핀다. 남편은 엄마에게 가장 신경 쓰이고 가장 못마땅한 대상이다. 남편이 넉살 좋게 장모님의 비위를 맞춰주면 좋으련만. 남편은 먹을 것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사람이다. 엄마의 기대치에 못 미친 리액션은 엄마를 무척 서운하게 한다. 애석하게도 딸인 나 역시 엄마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 배부르면 그만 먹겠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열과 성을 다해 엄마의 요리를 칭찬하지 않는다. 엄마가 사랑으로 밥을 해주고 받아먹는 자식들도 맛있게 먹었지만 결국 끝내 얼굴을 붉히고 만다.

“그만 먹는다고 몇 번 말해! 그만 가져와 그만!”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엄마는 위로 오빠가 둘 있었다. 엄마가 자라던 때는 남아선호사상이 매우 강할 때라 밥상도 따로 두고 먹던 시절이었다. 엄마는 시골에 살았지만 나름 부유하게 살았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집도 아니었는데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의 할머니는 뒤주 깊숙한 곳에 알사탕이며 곶감과 같은 맛난 것들을 숨겨놓고 외삼촌에게만 몰래 꺼내주었다고 한다. 엄마가 먹고 싶다고 해도 절대 꺼내주지 않더니 결국 썩어서 버리는 일도 허다했다고 한다. 엄마가 왜 그렇게 밥에 집착하는지 알 것도 같은 일화다.


엄마는 어린 시절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 먹을 것을 숨겨두고 주지 않는 것은 사랑받지 못했다는 증거다. 어린 시절 서러웠던 경험으로 자식들에게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먹여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배가 터지게 먹는 건 힘들다.


엄마는 이제 밥을 적당히 퍼준다. 오랜 세월 싸워온 결과다. 게다가 사위와 며느리까지 합세하니 이제는 눈치를 보며 권한다.

“그래.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엄마. 마음은 알지만 많이 먹기는 힘들다고요. 그래도 엄마 밥은 늘 따뜻하고 풍요롭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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