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엄마의 장례식

by 봄비


보통 아이들을 재우며 함께 잠이 들곤 하는데 그날은 갑자기 눈이 떠졌다.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살펴보다 늦은 밤 우연히 친구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게 되었다. 비행기 사진과 함께 '엄마에게 빨리 달려갈게'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어머니가 아프신가 해서 연락을 해봤더니 역시나 어머니가 많이 위독하다고 했다. 가끔 지인의 부모상으로 장례식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가 떠오른다. 언젠가 내게도 일어날 일이라는 생각과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 엄마의 죽음을 맞닥들인 지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이 꽤나 아프고 힘들다.


오래 알아온 친구지만 사는 곳이 멀기도 하고 각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소원해졌던 터라 최근에는 전혀 근황을 모르고 있었다. 통화가 된 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치열했던 20대를 거의 함께 보냈다. 지독하게 외로운 서울살이에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주었던 친구다.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부모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엄마와 싸운 이야기부터 엄마에 대한 마음의 깊이도 잘 아는 사이다. 그런 친구의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이야기에 내 일처럼 마음이 아팠다. 남일 같지 않다는 말에 "엄마한테 잘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난 요즘 엄마랑 사이 별로 안 좋은데.."라고 하니 왜냐고 묻는다. "지금 어머니가 위독하신데 내 얘기하긴 그렇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친구의 어머니는 며칠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뒤 부고 연락을 받았다.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겨두고 장례식에 다녀왔다. 가는 내내 여러 생각이 떠올라 슬프고 마음이 힘들었다.

혹시 엄마가 갑자기 쓰러졌는데 아무도 모르면 어쩌지?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시면 이대로 나는.. 괜찮을까?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입관 중이라는 문구가 전광판에 쓰여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뒤 입관 후 울먹이는 친구를 만났다. 엄마가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엄마가 힘들지만 엄마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싫다.


조문을 마치고 친구와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랑 왜 사이가 안 좋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통화를 할 때 미뤄둔 얘기를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챙길 정도로 배려심이 많은 친구다.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고.. 전처럼 가깝게 지내진 않아"

"아니 왜? 엄청 사이좋았잖아!"


엄마와 멀어지게 된 이유와 요즘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가만히 듣던 친구는 말했다.


"혹시 엄마한테 말로 이야기하는 거 말고 글로 써서 마음을 전해본 적 있어? 나중에 후회가 남을까 봐 그래"


엄마와 일이 터진 뒤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심리상담 선생님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지금 말고 날이 선선해질 때쯤, 봄비님 마음이 조금 괜찮아지셨을 때 편지로 마음을 전해 보세요"


그 후로 날이 선선해지고 몇 해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편지는 쓰지 못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조차 안 해봤다. 아직 엄마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다. 여전히 엄마가 밉고 힘들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신경 쓰이고 애잔하다. 지금과 같은 마음의 혼란을 두서없이 적어 전달해 봐야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글을 쓰고 공부를 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힘들다. 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렵고 힘든 일이라 장기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다. 엄마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완성하게 된다면 엄마에게 전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지금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이제는 멀어져 버린 엄마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고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면 또다시 가까워질까 봐 두렵다. 나는 엄마와 어떻게 지내고 싶은 걸까.


그래도 한 가지 다짐은 했다. 글을 완성해 엄마에게 보여주든 편지로 마음을 전하든 엄마에게 표현은 해야겠다. 내가 당신을 많이 생각하고 애쓰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너무 늦지 않게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엄마와의 이별은 천천히 맞이하고 싶다.


엄마 딸이 조금 더 성숙해지길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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