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만난다면(19_소설)
나의 첫사랑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와 나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내가 그때 남자 친구에 대한 뭣도 아닌 의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았더라면, 좀 더 내 감정에 충실했다면, 다른 사람 눈치 대신 너와 나의 마음에 집중했더라면, 내가 남자 친구의 감정 상할 일 걱정 대신 네 감정 상할 일에 더 집중했더라면 우린 행복했을까.
이후 10년 동안 다양한 사람이 내게 다가왔지만, 유현이만큼 나에게 직진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상처 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아마 지난 연애에서 얻은 교훈일 것이다.
내게 첫눈에 반했다고,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유현이는 지난 연애의 교훈이 없었기에 내게 솔직할 수 있었고 그 감정은 내게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더불어, 일 년 내내 그를 향했으면서, 단 한 번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한 후회 역시 가슴 깊숙이 남아있었다.
“여름님, 괜찮으십니까?”
그 소리에 눈을 뜨니 짙은 녹색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눈물 때문에 자신을 BCD카페의 직원이라 소개한 여인의 모습이 일렁였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는 내게 손수건을 건넸다.
“네. 괜찮아요. 21살이던 2008년 8월, 마지막 금요일로 돌아갈게요. 내 마음에 충실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정확히 1년 뒤, 여름님은 이 카페로 돌아온 뒤 영면의 세계로 가게 됩니다. 날짜를 숙지하십시오.
둘째,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말해서는 안됩니다. 다른 사람에게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알리는 순간, 여름님은 즉시 소멸하게 됩니다.”
여인의 말에 다시 한번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다시금 이 서늘한 공기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저,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이 있어요. 혹시 1년 뒤 제가 이곳으로 오면, 22살의 저는 어떻게 되나요?”
“ 1년 뒤, 여름님께서 이 카페로 돌아오는 순간부터 과거 20대의 여름님께서 그 인생을 이어 살게 됩니다. 과거의 여름님은 지난 1년 동안의 기억을 흐릿하게 지니게 됩니다. 흐릿한 기억에 대해 큰 의심을 가지지 않고 30대 중반까지 살게 되실 겁니다. 이 세계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경험할 1년이 상상이 아니라 실제란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1년 간 과거로 돌아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1년간 여름님의 행동은 그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끼칠 겁니다. 후회 없는 한 해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현이만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내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니, 마음이 좀 더 무거워졌다.
"여름님, 이제 눈을 감고 1부터 10까지 천천히 세어 보십시오. 눈을 뜨면 그날로 돌아가 있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1, 2, 3... 10까지 세기도 전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아, 머리 아파.” 깨질듯한 머리에 찡그리며 눈을 뜨자 익숙한 듯 낯선 천장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란색 이불과 분홍색 키티 모양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 시절 내 자취방이었다.
사진출처: 직접 촬영
첫사랑을 만난다면 1부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엔 2부(과거로 돌아간 여름이)로 돌아올게요~~
첫사랑을 회상하는 이야기가 길어서 현재 30대인 여름이가 처한 상황을 잊으신 독자님들도 계실 것 같아요!
현재 여름이는 30대중반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생을 마감했습니다.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 BCD카페에서 삶의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됩니다. 원하는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1년을 다시 살 수 있게 된거죠!
혹시 전 내용을 잊으셨을까봐ㅎㅎㅎ
자세한 내용은 소설 1-3화를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