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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밤 Nov 30. 2017

FTM 산호 구술생애사 [3] 정체성을 알기까지

“저는 그냥 다 레즈비언인 줄 알았어요”

남자들은 생식기를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네 번째 애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났어요. 20대 초반에 견사에서 일하다가 잠깐 쉴 때가 있었어요. 그때 내 정체성이 뭘까 하다가 ‘버디마을’이라는 성소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알게 됐거든요. 저녁에 들어가니까 채팅을 하더라고요. 그때 주 멤버가 누나(전 애인)랑 몇몇 친구들이었어요. 그러다 퀴퍼 때 만났는데, 누나가 엄청 화장하고 왔더라고요. 아이라인 그리고. 그때 클럽에서 누나가 다른 L 분을 막 꼬셨어요. 가서 연락처 물어보고, 노래방 가자 그러고. 그때 저는 질투 같은 건 안 느꼈던 거 같은데, 누나가 보기에는 눈에 엄청 불을 켜고 상대편을 봤다 그러더라고요(웃음). 퀴퍼 끝나고 누나랑 연락을 했어요. 그러다 제가 사귀자고 했을 거예요. 누나는 범성애자요. 바이는 남자 아니면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잖아요. 근데 범성애자는 뭐 남자나, 여자나, 트랜스나, 게이나 누구든 연애 대상이 될 수 있는 거죠.      


저는 애인 만날 때 정말 마음에 들고, 괜찮은 사람 있으면 만나보라고 얘기해요. 아쉽기는 하지만, 내가 인생을 책임질 수 없으니까 이해는 하거든요. 결혼이요? FTM 중에도 결혼한 분들이 있긴 있죠. 법적으로는 가능하니까요. 전 애인이 가끔 게이 친구랑 결혼할까 이런 얘기를 종종 했어요. 왜 게이는 되고 나는 안 되냐고 물었더니 가족 되면 찜질방도 가고 목욕도 해야 할 텐데 곤란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건 그렇죠. 게다가 전 애인은 혼자 살고 싶어 하고 그래서 전 따로 살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사랑을 하면 성관계는 꼭 가져야 하는 거 같아요. 일종의 사랑 표현이니까.      


남자들은 대부분 보통 밖에서 다른 사람이랑 하더라고요. 다 그러는 건 아니긴 한데, 주변에 여자 친구를 따로 사귀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거 보면 싫죠. 그런 얘기 하면 장단을 맞춰주기도 그렇고 안 맞춰주기도 그렇고. 가만히 있기는 하는데. 모르겠어요. 내가 고추가 없다 보니까 진짜 고추를 가지면 저런 건가 싶고.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왜 저럴까. 제가 “와이프 분 계시잖아요.”하면 “너는 어떻게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사냐.” 그래요. 이 여자 저 여자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부대찌개가 있으면 김치찌개도 있고, 된장찌개도 있는 거라고. 여자를 음식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먹는 거 정도로 생각하는 거죠. 자기 성욕을 풀 곳을 새로운 여자한테서 찾는 거 같아요. 안 그런 분도 보긴 봤어요. 한 열 분 만나면 한 분은 여자친구가 따로 있는 거 같아요. 그냥 본능이라고 말하기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여자들은 생식기를 감추고 보호하고 숨길 거리라고 생각한다면, 남자들은 생식기를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내 장난감 가지고 놀 곳 찾고. 숨길 것도 아니고. 친구들 다 보여주고 고추 치고 놀고 그러잖아요. 생식기를 장난감으로 보는 거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여탕에 갔으니까, 여탕에 가서 여자 나체를 본다는 거에 대한 죄책감은 없었거든요. 그냥 항상 봐왔던 몸을 보는 거니까. 나도 여성의 생식기를 갖고 있고. 지금도 딱히 여성의 나체를 본다고 흥분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남자들은 하두 분리되어 있고, 볼 수 없어서 더 그러나 싶기도 해요. 평소에 못 보던 거니까. 어렸을 때부터 성교육하고 자주 보여주면 남자들도 그런 생각 안들 거 같아요. 아주 애기 때부터 여자 나체, 남자 나체 보면서 구조 같은 거 알려주면 좋을 텐데. 요즘은 어떻게 하나 모르겠네요. 성교육 할 때. 환상에 너무 쌓여 있는 거 같아요. 또 여자들은 남자들에 대해서 그러지도 않은 거 같아요.     


저는 다 레즈비언인 줄 알았어요

20대 초반에 성 소수자인가 동성애자란 단어를 구글에서 검색했어요. 처음에는 레즈비언 사이트에 가입했거든요. 근데 저는 좀 이상했어요. 싸움도 많고. 잠자리할 상대 구하는 글도 많이 올라오고. 돈 주고 받는 건 아닌 거 같고, 서로 그냥 좋으면 하는 거예요. 거기 있다가 ‘버디마을’(www.buddy79.com)이란 곳에 들어가 보니까 그래도 예쁜 글들도 올라오고, 홈페이지도 파스텔 톤으로 되게 예쁘더라고요. 사람들도 다 착하고 때 묻지 않고. 그래서 정모를 나갔어요. 그때 처음 성소수자 모임에 가본 거예요. 스물 둘인가, 스물 하나인가. 사실 전 처음에 이상한 사람들이 나올 줄 알았어요. 근데 되게 착하고 좋으신 분들이 나오신 거죠. 아, 여기도 이상한 건 아닌 거 같아. 똑같이 사는 거구나’ 했죠.* 그리고 촌장님을 만난 게 좀 컸던 거 같아요. 촌장님이 말하는 거나 표정이 되게 똑똑해보였어요. 리드도 잘 해주고, 뭔가 사심이 없는 분이라는 게 보였어요. 정모에서 돈을 좀 내길 바란다거나 그러지도 않고, 괜찮은 사람이네. 사심이요? 아, 갈취를 해서 돈을 뺐는 달까?(웃음) 그때는 활동 전이라 불신이 많았어요.      


처음으로 퀴어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난 거죠. 이십 년만에. 난 퀴어였고, 내 주변엔 퀴어가 없고. 그래서 누구와도 나의 퀴어함에 대해 얘기할 수가 없었는데, 어느 날 버디에 들어갔더니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좀 더 가까워졌죠. 다른 사람들이랑 할 수 없는 얘기를 여기서 할 수 있으니까. 서로 공감도 많이 되고, 막상 만나보니 화려한 애들도 아니고, 노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질투심이 많아서 나랑 안 놀아주면 삐지거나 그런 애들도 아니고. 만약 만났는데 좀 누가 튀고 활발하고 그랬으면 한 번 보고 말았을 거예요. 벽장 스타일인 친구도 번개 나오고 그랬어요. 벽장 스타일은 자기를 노출 안하고 온라인에서만 글 쓰는 사람들 말하는 거예요. 버디 친구들하고 ‘부모님에게 말을 해야 할 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나이가 들다보면 퀴어든 말든 그냥 살아가지만, 어렸을 때는 이게 큰 문제잖아요. 나의 정체성이.      


저도 그전에는 FTM이란 걸 몰랐는데 버디마을 활동하면서 정체화한 거 같아요. 그전까지는 많이 헷갈렸어요. 나는 남자인데, 몸은 여자이고. 나는 레즈비언인가, 아닌가. 그러다가 “아, 내가 FTM이구나” 버디마을도 정보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막 사람들한테 물어봤던 거 같아요. 그때 아마 제 글이 있어요. ‘전 뭘까요’라고. 그때 FTM이라는 단어가 거기 나왔던 거 같아요. 저는 그냥 다 레즈비언인 줄 알았어요. 버디가 신의 한 수였죠. 레즈비언이나 게이는 그래도 많이 알려져 있잖아요. 트렌스젠더란 걸 모를 때니까 ‘난 레즈비언은 아닌 거 같은데, 난 뭐지? 뭘까?’ 싶었죠. 정체성이 궁금하면 풀고 싶으니까. 해결하고 싶고. 여기 글 있네요. 




저는 뭘까요??                                                                                                                              2010/06/06


안녕하세요?? 뜬금없이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궁금한게 있어서요

(...)

정신은 남자앤데 몸은 여자..

상관없이 난 대한의 건장한 사내다!!! 라는 생각을 항시 해오고있었어요

사귀었던 아이들도 그냥 일반 여자애들 이였구요

만날때 마다 성전환 수술을 할까???하는 생각도 자주 들고

이런 몸을 준 저~기 윗쪽에 계신 분을 원망도 했지만 -_-;;

이렇게 태어난 걸 어찌합니까 다시 태어난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죠

또 수술할려니까... 차라리 그 돈 모아서 내 꿈을 향해 쓰는게 나을 것 같아서

요즘엔 그냥 살려고 합니다 전 남자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구요

성적 소수자인 것 같긴 하지만 여자의 몸과 정신으로 여자를 사랑하는

레즈비언은 아닌 것 같구요, 궂이 트렌스 젠더도 아닌 것 같고...

(....)

이런질문은 어디 단체에 물어봐야 하지만 인터넷이 저한텐 너무 편해서요

뜬금없이 이래서 정말 죄송합니다

결론은 저는 뭘까요??(...)



사람들이 댓글도 막 달아줬거든요. 거기서 대화하면서 ‘나는 트랜스젠더였구나’ 싶었어요. 그걸 깨닫고 트랜스젠더 카페를 찾아봤죠. 다음 카페에 몇 개 있더라고요. 근데 안 좋은 얘기가 많았어요. “병원에서 싸가지 없게 대한다. 수술도 제대로 안 해준다. 호르몬 맞기도 힘들고, 일을 구하지 못해서 일용직이나 전전하고 있다.” 그런 얘기를 많이 봤어요. 제대로 잘 사시는 분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냥 하루하루 벌어서 맨날 술 먹고, 담배 피고. 힘들게 사는 분들이 글을 많이 올리려서 그런 건가? 잘 모르겠어요. 나도 이렇게 살아야 되나 싶었죠. 호르몬 맞으면 건강 안 좋아진다. 이런 부정적인 글이 많았어요. 일찍 죽은 사람도 있다 그러고. 저도 글 몇 개 올리다가 몇 분하고 통화도 좀 해보다 번개에 나가봤죠. 거기서 엄청 마초적인 분을 만났어요. 아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안될 거 같은데.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시긴 했는데 술집 가서 여자랑 노는 얘기해주면서 자기 안 들켰다 그러고. 근데 뭔가 와 닿지 않았어요.(웃음) 한 네다섯 번 만났나. 그분은 성전환 수술하다 개복된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갔었대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수술 하는 데 찾기가 힘드니까. 옛날 병원은 싸가지 없는 원장들 있어서 말도 함부로 틱틱 뱉고, 반말하고, 욕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더라고요. 이 새끼, 저 새끼 하고 함부로 막 대하고. 옛날에는 자기도 감춰야 하는 비밀이고 약자니까 병원 의사한테 설설 길 수밖에 없었던 거죠.     


지금은 그분들하고 연락 안 해요. 연락처를 몇 개 받긴 했는데 연락 안 하게 되더라고요. FTM 카페 번개는 나가도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한다” 같이 마초적인 이야기만 하고, “티 안 나려면 이렇게 해라, 고추 없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양말 같은 걸 집어넣는다”고도 하고. 술집 여자들이랑 노는 법 알려주고. 아, 안 맞는다 싶었죠. 남자들 사회생활이 그런 게 맞긴 맞거든요. 군대적인 생활하고 그런 말 다 틀린 거는 아닌데…. 그게 나는 부담스러웠던 거 같아요. 나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FTM으로 살아야 하는 거니 말아야 하는 거니 싶었죠. (웃음) 해야 할 거 같긴 한데, 그런 권위주위는 싫었어요. 예전에는 가부장적인 남자의 전형적인 표본인 분들이 FTM에도 많았던 거 같아요. 집에서 밥도 안하고, 설거지도 안하고, 집안일 안하고, 일해서 돈만 갖다 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 요즘에는 저 같은 사람들도 많아진 거 같아요. 옛날 분들이야 워낙 그런 사상을 받아서 그렇죠. 아, 제가 FTM들 많이 만나본 건 아니라서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본 제 얘기에요….     


* 산호는 자신이 퀴어임에도 직접 만나기 전까지 편견을 갖고 있었다. 당사자라 해도 '정상/비정상'의 잣대로 타인을 판단하는 학습을 늘 받기 때문에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성소수자는 "이상한 사람들일 거다" 추측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 그 전제가 틀렸다. 마치 성소수자는 다 비슷한 외모, 성격, 성향을 가졌다는 듯 전제하기 때문이다. 성 정체성은 그 사람을 이루는 한 부분이지, 그 사람이 아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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