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2견 가구입니다

둘이 살아도 1인 가구

by 봄밤

요즘 몽글과 나는 자주 SH, LH공사 홈페이지에서 임대주택 공고를 확인한다. 지금 사는 월셋집이 오래된 주택이라 여기저기 물이 새고, 곰팡이가 피기 때문이다. 깨알 같은 안내문을 인쇄해 시험 치듯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했지만, 두 번 연달아 낙방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서류심사 대상자에는 선정되지 않으셨습니다." 670가구를 뽑는데 9,300가구가 지원했단다.


“나는 붙어도 걱정이었어. 봄이, 보리(반려견들)랑 우리 둘이 방 한 칸에 살면 힘들 거 아냐." 몽글을 위로하며 내가 말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행복주택의 최고 평수는 약 8평이다. 법적으로 몽글과 나는 각각 1인 가구이기 때문이다. 반면 신혼부부에게 배정되는 집은 방 2개에 약 13평이다. 전세 대출도 신혼부부는 2억까지 되는데, 청년 1인 가구인 나는 1억이 한도다.


"너네는 재난지원금 따로 받아서 좋겠다." 작년 재난지원금을 받을 때 우리는 법적 반려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최초로 20만 원의 혜택을 누렸다! 동성커플인 우리가 각각 40만 원을 받은 반면, 이성부부인 친구는 둘이 60만 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거 덜 받아도 좋으니 방 두 칸짜리 집에 살고 싶고, 전세 대출 한도가 더 높으면 좋겠고, 휴직 중인 몽글을 내 의료보험 피부양자로 넣고 싶다. 내가 죽은 뒤 내 국민연금을 몽글이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은 주소지에서 사는 사람이 뻔히 있는데도 왜 나는 1인 가구인가?


“에이 우리는 그냥 법적 동거인이에요." 가끔 혼인신고는 별 의미가 없다는 식의 농담을 하는 이성애자 부부를 만난다. 같이 웃지만, 씁쓸하다. 차별은 누리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족, 부부라는 틀에 들어가고 싶은 게 아니다. 반려인으로서, 경제공동체로서 살아가면서 필요한 제도적 안전망을 우리도 누릴 권리가 있다.


최근 운전면허를 땄다. "사람들이 바로 운전 안 하면 장롱 면허될 거래"하며 걱정하는 내게 몽글이 말했다. "우리 집 차 놀잖아. 내 명의니까 써도 되지 않을까?" 마음이 혹했지만, 보험비 생각에 바로 접었다. "보험은 어떡해. 가족 아니면 훨씬 비쌀 걸." 내가 말하고도 '사보험까지 차별하는구나' 싶어 속이 상했다. 세상은 철저하게 정상가족 중심으로 돌아간다. 알아보니 부부보다 나+지정 1인으로 피보험자를 설정하는 것이 연간 30만 원정도 더 비쌌다. '못 낼 정도는 아니네.' 생각하니 또 넘어가졌다. 포기는 간편하고, 투쟁은 버겁다.


내가 겪는 차별은 늘 이렇게 애매한 경계에 있다. 13평(신혼부부)과 8평(1인 가구) 사이, 대출금 2억(신혼부부)과 1억(1인 가구) 사이, 연간 자동차 보험료 120만 원(부부)과 150만 원(나+지정 1인) 사이. 싸워서 쟁취하려면 많은 걸 포기해야 하지만, 5평과 대출금 1억, 연간 30만 원을 포기하는 일은 손쉽다. 하지만 손해 보는 비용이 더 컸다 해서 내가 싸울 수 있었을까? 단순히 비용이 적어서 포기할 수 있던 게 아니다. 배제의 벽이 한 번 생기면, 기준이 되고, 벽 밖에 있는 사람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차이가 5평이든, 10평이든, 20평이든 말이다. 그것을 쉽게 포기할 수 있다고 사소화하는 건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내 방어기제일 뿐이다.


“부부가 아니면 사고를 더 내나? 왜 보험료를 더 받는 거야?” 답답한 마음에 몽글에게 호소했지만, 이 차별을 설계한 사람은 별 생각이 없을 거란 생각에 더 답답하다. 아마 보험설계자에게는 “동성커플은 배제해야지!”라는 의도조차 없었을 것이다. 성소수자로서 내가 겪는 차별은 주로 “동성커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와 무지에서 시작된다.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광장에 나가 퀴어퍼레이드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내가 몽글과 사는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성애 부부가 아니어도, 혈연 가족이 아니어도 같이 살 수 있고, 병간호를 할 수 있고, 차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언제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까. 나는 현재 2인 2견 가구이고, 아픈 몽글을 부양하는 생계부양자이다. 하지만 한국의 법, 제도 어디에도 이런 나는 없다.



마포구에 걸렸던 현수막.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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