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부터 눈이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따가워졌고, 어제는 아침에 눈이 엄청 부었다.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고 안과에서 받은 안약 두 개를 눈에 떨어트릴 뿐이었다. 나아지는 건 없었다. 눈이 무겁고 시야가 흐려지고 따갑고 시리고, 너무 고통스럽다. 시험이 2주도 안 남았는데, 벌써부터 지친 몸에게 화가 났다.
지친 몸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공부하는 것 자체엔 큰 무리가 없었지만 공부에 대한 의미가 없어졌다. ‘그냥 하자!‘ 마음먹고 해 나가기 바빴기에 목표 대학에 대한 나의 염려는 무시했다. 나는 내 마음을 돌보지 않았다. 그저 앞에 놓인 것을 묵묵히 해나갈 뿐이었다. 남들 눈에는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행동의 의미도 생각지 않을 만큼 정말 바쁘게 살았다. 어젯밤, 오랜만에 공부가 아닌 그림을 위해 펜을 들었다.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을 그려나갔고, 그리다 보니 네 장의 그림이 완성됐다. 그림을 그렸음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답답한 것들이 있었다. 엄마에게 시간을 내달라 부탁했고 오늘 꽤 오랫동안 대화하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유치하지만, 나는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아지고 있음을, 잘하고 있음을 보여야 한다는 이상한 압박감을 내게 주고 있었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감흥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뭘 하든 무표정이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따가운 눈에 오랜만에 눈물이 흘렀다. 행복해지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졌지? 목표 대학에 떨어져서 듣도 보도 못한 대학을 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내가 고생해서 얻은 점수가 무용지물이 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알지 못하는 미래가 두려웠다. 실패의 고통을 생각해서, 시도하는 것조차 조금 망설여졌다. 하지만 엄마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말했다. 그런 실패를 고려하면 세상에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목표에 도달할 생각으로 일단 부딪치고 보자고.
명확해졌다. 실패를 무서워하면 아무것도 도전할 수 없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과거에도 나는 실패를 두려워했지만, 나를 믿고 더 해보겠다는 선택을 하며 확신을 키워갔다. 그때의 마음을 잊지 말자. 나는 앞으로도 나를 믿고 확신해 갈 것이다. 어찌 됐건, 나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살 테니까. 그건 꽤 명확하니까.
아직 따갑고 건조하긴 하지만, 시야가 선명해졌다. 선명해진 건 시야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