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별 Dec 10. 2023

없어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달았다


심하게 아픈 날들을 보내며 알게 되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말이다. 멍 때릴 수 있었던 그 하루의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말이다. 온종일 아프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꽉 채워져 있어서 다른 생각이 들어올 구석이 없었다. 잠에 들기까지, 모든 순간에 통증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제야 통증 없는 일상이 그리웠다. 이 망할 아픔이 없으면 뭐든 괜찮을 것 같았다.


뭐든 똑같다. 지금이 최악인 것 같지만 더 최악인 상황이 있다. 아마 이번 상황보다 더 최악의 상황도 분명 있었을 거다. 여태까지 나는 현재는 부족하고 결함 되어 있다고 여겼다. 그러면서 언제인지는 모를 어떤 미래에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과연 언제 될까에 대한 모호함이 더욱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를 긍정하는 것이 익숙해져야 그 충만함까지 도달할 수 있다. 어떻게 갑자기 짜잔! 하고 충만함이 완성되겠는가. 부분적인 충만함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충만해질 수 있는 거다. 모든 것은 시작해야 도달할 수 있으니까.



백두리 작가는 말했다. 아픔은 살기 위한 노력이라고. 최악이라 생각한 상황의 아픔은 사실 잘 되고 싶은 마음이었다. 잘 되고 싶어서 욕심을 부렸고 과한 욕심이 부작용을 일으켰다.


나는 내 아픔을 이대로 흘려보내지 않으려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지나쳐 버리기엔 나는 너무나 장하게 그 아픔을 마주했고 나아지고 있으니까. 아픔과 일상의 언저리에서 말한다. 잔잔한 일상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 지루한 일상이었다고 생각했다면, 지루한 일상이라 생각할 만큼 여유 있는 하루였음을 잊지 말자.


모든 날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진다. 모든 날의 나 또한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삶의 주인은 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