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 이꽃님
글의 내용 중 일부는 독서 후, 나의 관점으로 각색한 내용이다. 결말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니 정확한 줄거리는 책으로 읽어보길 바란다.
너는 매번 나에게 요구만 한 거 알아? 우리의 균열은 매번 내가 출발지라고 말했지. 나는 너의 반달 같은 눈을 떠올리며 너의 취향으로 덕지덕지 끼워 맞춘 외관을 달고 너의 가방에 매달린 키링처럼, 너만을 위해 찰랑대었어. 네가 나만을 보아야, 나와 가장 가까워야만 나는 소리를 낼 수 있었어. 알잖아, 너는 내 세상이라니까. 나는 너 것이어야만 해, 너무 당연한 말 아니야? 그 얄팍하고 가벼이 벗겨질 우정이 우리 사이에 끼여있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야. 그것이 우리 사이에 간격이 되잖아, 우리를 흔들리게 하잖아. 왜 너는 주변에 사람들이 그리 많은 거야? 나는 너밖에 없는데. 내가 친구가 없는 것도 사실은 다 너 탓이잖아. 난 너 말이면 뭐든 했으니까. 너도 알잖아, 나는 너라는 중심에서 공전한다는 걸. 내 궤도에 너 말고는 무엇도 존재하지 않아. 나는 너의 그 특유의 사랑스럽다는 눈빛이 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으면 바라. 나랑 헤어지는 건 절대 못해. 죽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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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있으면 나는 자꾸 이상한 사람이 돼버려. 왜 자꾸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거야? 왜 자꾸 너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봐? 너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애초에 관심도 없잖아.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은 있어? 나에 대해 아는 건 내 잘난 외관뿐이잖아. 왜 나는 너 것이 되어야 하고, 너는 내 것이 되어야 하는 거야? 나도 너를 좋아한다니까. 수도 없이 말했잖아. 수도 없이 네가 하잔대로 해왔잖아. 이제는 진절머리가 나. 내가 언제 그런 말을,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거야?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고 제발 현실을 봐. 내가 누군가와 말하기만 해도 너는 의심부터 했어. 그리고 그 의심의 대상은 너의 친구들이 시작이었지. 모두 네가 하고 싶어서 한 거잖아. 이제 조금 알겠어? 너는 너에게 심취해 있어. 너만을 중심으로 공전하도록 만들잖아. 그런 니가 피해자라고? 헛소리 좀 그만해. 난 너랑 헤어지는 순간만을 바라. 그때 너를 쳐다보지 말았어야 해. 난 그날 이후로 죽어있어. 잘못했으니까 제발 어서 대답해 줘.
소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 이꽃님
바쁜 일들이 막을 내리고 난 뒤, 나는 실감할 거리들을 탐색했다. 아주 늘어져도 보았고 그것에 지루함을 느낄 찰나, 마침 엄마가 빌려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얇은 소설책 하나를 집어 들곤 여유로이 누워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그렇게 대략 두 시간이 흘러, 소설이라는 호수 속에서 건져졌다. 사실 나는 소설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첫 소설책은 베스트셀러로 아직까지 유명한 책이지만 나에게는 글쎄, 울림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짧게나마 읽었었던 소설책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그냥 책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됐다. 읽는 도중 조금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너무 반복적인 내용의 나열이 반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전을 알게 되면 반복의 이유를 알게 된다.
문장이 간단해서 이해하기 쉽고, 특히 독특한 점은 누군가에게 말하듯 내용이 전개된다. 내용은 흥미진진했고 나중엔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소름이 끼쳤다. 작가의 말까지 모두 정독한 후, 이 소설의 메시지를 명확히 음미할 수 있었다. 그러며 표지의 꽃에 관해서도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능소화라는 꽃으로 보인다는데, 꽃말은 여러 개가 있지만 기다림이 소설과 가장 어울려 보였다.
사랑이라는 말에는 너무나 많은 까닭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사랑이 아닌 것들마저 사랑이라는 말로 여겨지며 그리 받아들여진다. 사랑은 내가 차마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너무나 많은 것들을 끌어안고 있었다. 어떤 사랑이 건강하고 진정한 사랑일까? 나는 어떤 사랑 속에서 살고 있는가? 작가가 하고 싶었던 사회적 문제에 관한 여러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다.
이꽃님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소설책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또한 내게 소설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작가이기도 하다. 첫 작품인 「죽이고 싶은 아이」의 줄거리도 힐끗대봤는데, 참 기피해 왔던 소설책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