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연 Jun 03. 2020

크리스티나 1

'탈많은 의뢰인 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변호사 사무실 운영 동안에 많은 의뢰인들이 내 사무실 문턱을 넘었지만, 크리스티나처럼 '말싸움'으로 첫문턱을 넘은 의뢰인은 없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내 개인 사무실에 앉아 다음날 있을 법원사건 파일을 검토하고 있는데, 사무실 밖같에 있는 리셥센 으로 부터 평소 에는 자근 자근한 목소리로 평정을 잃지 않는  로클란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마자, 이내,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낯선 중년 여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나는 당연히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내려놓고 사무실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얼굴이 빨갛도록 난처해져있는 로클란 옆에 덩치큰, 사나운 인상의 금발의 여자가 서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 마자 '저기 있네요!' 하더니, 앞을 가로 막으려는 로클란과 도나(당시 내 비서)를 가볍게 한팔로 밀어 버리고 내게 성큼 다가 왔다. 내 코앞에서야 멈추어선 그녀는 나보다 적어도 20-30센티는 훨씬 컸으며, 키큰사람들 특유의 매너리즘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라고 내뱉은후 나는 로클란쳐다 보았다. 로클란(우리 사무실의 젊은 새내기 남자 변호사)은 아직도 기분이 상한듯한  얼굴을 하고,  대충 상황을 설명했다. 크리스티나는 새 의뢰인인데, 그 날 아침에 사무실로 전화를 해서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단다. 그러자 도나가 오늘은 안되니, 몇일후로 약속을 잡으라고 했단다. 이에 크리스티나는 전화상에서 버럭 화를 내더니, 무작정 사무실로 오겠다고 말한뒤 전화를 끊었고, 크리스티나가 사무실문을 열고 들어오자 로클란이 이를 제지 하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다음날 법원 에서 히어링이 있었기 때문에 사건 준비를 위해서 그날은 아무 약속도 잡지 말라고 했던것을 내 두 직원이 성실히 이행중 이었다.. 이렇게 나는 내 변호사 생활 동안에 가장 '골칫거리' 였던 의뢰인인 크리스티나(가명) 를 만나게 되었다.


내 사무실 소파에 앉자 마자 내 뱉다시피한 크리스나의 첫말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나쁘지 않았다.

'난 여기 저기 많은 변호사들을 고용 했었어요. 근데 모두 하나같이 다 빙신들 같애. 그러다가 당신의 도움을 받았던 *** 가 당신 소개를 했는데, 듣고 보니 내가 찾고 있던 변호사 같아서 이렇게 왔어요. 물론 당신이 외국인 여자인게 약간 걸리긴 하지만, *** 말로는 당신 실력가라기에..' 이말뒤에 본의 없는 아첨을 했다는듯이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기 까지했다.


'고마워요. *** 는 내가 잘 기억하죠. 내게서 흡족한 서비스를 받았다고 하니, 나도 기분이 좋네요. 어쨌든 나를 찾이유를 들어 봅시다. 내가 도울수 있는일인지 부터 판단 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하여 나는 크리스티나와 인연 아닌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름을 바꾼다는 전제 하에서 나는 크리스티나의 사건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쓸수 있도록 사전 허가를 받았음을 여기서 밝혀 둔다.


크리스티나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뒤, 일찌감치 이태리로 영어 선생님직을 구하여 떠났었다. 이태리에서 몇몇 영어 전문 학교와 학원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사진전문 작가인 그쪽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딸을 둘을 낳았다. 외국생활에 적적함을 느낀 크리스티나는 남편을 설득 하여 어린딸들과 함께 아일랜드로 돌아와 내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착을 하였으나, 아일랜드 생활에 적응을 별로 잘 하지 못한 남편과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남편의 잦은 해외 출장등으로 부부사이는 더욱더 과격해지고 급기야는 남편이 청소년인 딸 둘을 데리고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로 가버린 사태에 까지 이른것 이었다. 내게 찾아온 이유는 아이들을 다시 찾기 위한것 이었다. 부부 사이는 이미 돌이킬수 없는 상태로까지 갔음을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만 듣고도 알수가 있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내가 크리스티나에게 처음 물은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딸들, 특히 16세인 큰딸인 제시카(가명)는 이일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버지가 아이들을 차에 강제로 태우고 '납치' 를 한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이 아버지를 순순히 따라 나선건지를 먼저 구분해야해요'

이러자 여태까지 남편 비판으로 의기 양양해 있던 크리스티나의 태도에 변화가 왔다. 의기 양양 하다 못해 무섭기 까지 하던 그녀는 목을 한참 떨군채 말을 못했다. 잠시후에 조용히, 체념한듯 내뱉은 한마디. 제카는 나를 혐오해요. 그 아이는 나보고 죽으래요....


크리스티나 2 에서 엄마와 딸들의 야기가 계속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Lockdow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