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좋고 가격도 좋은 말레이시아 음식
말레이시아에서 그리운 것 중 하나는 음식이다. 말레이계 인도계 중국계 세 인종이 사니 음식이 다양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입맛에 잘 맞아서 그런지 사는 동안 음식으로 인한 불편함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떠나고 나서 계속 생각날 정도. 말레이시아에서 자주 먹었고 가장 생각나는 음식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1. 나시르막
말레이계의 대표적인 음식. 매콤한 삼발소스에 코코넛 밀크을 넣은 밥과 주로 튀긴 치킨, 삶은 계란, 땅콩, 오이 등을 곁들여 먹는 별미 음식이다. 나시는 쌀, 르막은 우유를 뜻한다. '코코넛 밥'이 처음에는 조금 생소했지만 매운 삼발소스와 함께 먹으니 그 향이 중화되기도 하고, 가게에 따라 일반 밥을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역시 나시르막에는 코코넛 밥이 어울린다. 가장 맛있었던 곳 중 한 곳은 다만사라에 있는 유명한 나시르막 집 Village park restaurant. 관광지나 시내 중심가와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꼭 여기가 아니라도 말레이시아 내 어디서든 대부분 맛있는 나시르막을 먹을 수 있다. 식당에 따라 다르지만 국민음식이라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나름 건강식이라 할 수 있다.
2. 프라운미
미는 누들을 뜻한다. 즉 새우 국수 같은 요리. 새우 맛이 나는 국물에 면과 어묵, 야채 등 고명이 얹어진 국수로, 곁들여 나오는 소스를 다 넣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 기억나는 프라운미 맛집은 Malaysia Boleh라는 푸드코트 안에 있던 프라운미 가게인데, 위치가 관광지와도 가까우니 여행 중에 한 번쯤 들러 볼 수도 있다. 나는 말레이시아를 떠난 후 아직 한 번도 다시 방문한 적이 없는데, 다른 외국이나 공항 등에서 말레이시아 음식점이 보일 때마다 프라운미를 먹곤 했을 정도로 나의 최애 말레이시아 음식이다.
3. 사테
꼬치구이 같은 음식으로 찍어 먹는 땅콩소스와 양파, 오이가 곁들여져 나온다. 낮보다는 주로 저녁에 맥주와 안주 삼아 야외 노점에서 먹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치킨사테 아니면 비프사테인데 역시 사테는 치킨사테다. 믹스로 시킬 수 있는 곳이 많으니 섞어서 맛을 볼 수도 있다. 10스틱 내외의 다발로 주문하는게 보통인데 한 번은 노점에서 말이 잘 안 통해 동행과 치킨 사테 하나, 비프 사테 하나 시켰다가 한참 기다려 달랑 2스틱을 받고 배고프게 돌아온 적도 있다. 야외 노점에서 먹으면 운치 있고(?) 제일 좋지만 주변에 잘 안 보이거나 더운 게 싫으면 쇼핑몰 내부의 식당에도 사테를 파는 곳이 있으니 그런 데서 편하게 먹는 것도 방법이다.
4. 판미
면 요리인 판미는 그 종류가 다양한데 칼국수 같은 판미, 매운 칼국수 같은 판미, 국물 없는 드라이 판미 등등이다. 나는 특히 스파이시 숩 판미를 좋아했는데 극강의 자극적인 매운맛이지만 고명과 멸치 등이 들어가 맛있었다. 판미 집에서는 어묵 튀김 등의 사이드 메뉴를 같이 팔곤 했는데 이것도 같이 시키는 걸 추천. 회사에서 자주 점심으로 시켜먹던 곳의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판미를 파는 식당은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쇼핑몰 푸드코트 등에도 흔히 보이니 간단한 식사로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5. 포핑거스
이건 약간 번외인데 말레이시아 음식이 아니라 거기에 있던 한국식 치킨집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없는. 밥과 치킨 닭다리에 코울슬로 샐러드와 소스가 같이 나오던 도시락 세트가 특히 인기였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상 치킨을 많이 먹고 밥과 함께 반찬 개념으로도 먹어서인지 이렇게 한국식 치킨집이라도 밥과 치킨을 세트로 파는 메뉴가 많았고 지나가다 보면 히잡 쓴 현지인들이 즐겨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른 데 없는 맛이라 포핑거스가 가끔 생각난다.
6. 마막 음식
말레이시아에는 마막이라고 불리는 노점 식당이 많은데, 대부분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있고 연중무휴에 24시간 영업인 경우가 많아 아침 일찍이나 밤늦은 시간에도 밥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격은 당연히 저렴. 주로 인도계가 운영하는 곳에서 탄두리 치킨, 난, 로띠, 미고랭 등등을 자주 가서도 먹고 테이크아웃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음료 종류도 많아서 아이스 라임티처럼 밥이랑 먹기 무난한 깔끔한 음료부터 보리쌀이 들어간 음료, 떼따릭(밀크티), 아이스밀로(마일로라는 제티같은 현지 코코아음료를 이렇게 부른다) 등도 많이 먹는다. 이 아이스밀로를 테이크아웃하면 비닐봉지에 얼음과 함께 진한 아이스 초코 음료를 담아 노끈 같은 것으로 입구를 묶어 주는데 그 묶은 입구를 살짝 열어 빨대를 꽂아 먹는 게 재미있어서 종종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가격은 5링깃이었나 아니면 그 이하여서 천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시 가면 꼭 마막에서 밥을 먹고 비닐봉지에 담긴 아이스밀로를 테이크아웃하고 싶다ㅋ
7. 딤섬
중국계가 있어 맛있는 중국요리 식당도 많았다. 중국요리야 다양하지만 퀄리티 좋은 딤섬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깔끔한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곳이 말레이시아였다. 현지인들이 오전 시간에 얌차(아침에 딤섬과 차를 먹는 문화)하러 몰리는 독립된 가게부터 쇼핑몰 내의 식당, 호텔 식당까지도 상대적으로 괜찮은 가격에 맛있는 딤섬을 먹을 수 있다. 최근까지 딤섬의 고장으로 불리는 홍콩에 있었지만 홍콩과 비교해도 말레이시아에서 먹은 딤섬이 맛도 결코 뒤지지 않고 가격 면에서도 압승이었다.
음식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니 말레이시아 음식은 안 맞는다는 한국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나에게는 숨은 미식국가 중 하나였다. 쓰다 보니 나시르막 먹고 싶다. 언제 다시 말레이시아에 갈 기회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