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시작되었지만 끝은 더욱 창대하리
출근하는 직장인이라 그런지 금요일만 되면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내가 해야 하는 것들도 괜히 미루고 싶고 주말이 다가오면 못했던 일들이 다 사해지는 기분이다.
뇌가 그렇게 프로그래밍이 된 것도 아닐 텐데, 금요일만 되면 마음이 헤이해 진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똑같은 하루의 시작일 뿐인데 나에게는 더 쉴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니 더 쉬어주는 것이 의무인 것처럼 군다.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일 뿐인데 말이다.
어쩌면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내가 주중 5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무언가를 위해 달려왔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중에는 일과 자기 계발 시간에 메여서는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경주마가 된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열심히 하고, 마감기간 때문에 또 내 시간을 갈아 넣고, 내가 이것을 하며 느끼는 건 무엇인지, 충분히 쉬어주고는 있는 건지, 이런 것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예전에는 주말에 한없이 게을러지는 나를 보며 스스로를 탓했다. 해야 할 것들이 있는 데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비난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에 집착했으며, 왜 그것들을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 그럴수록 자괴감만 마음속에 쌓여갔다. 그러면 평일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괴감은 부정적인 에너지가 되었고, 그 에너지는 주중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주말에 하지 못한 일들이 나의 발목을 잡아끌기도 했다. 계속해서 주중에는 바쁘고 주말에는 피곤한 것을 핑계로 널브러진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렇다 보니 한편으로는 주중에는 그렇게 부지런하고 능동적인 나였는데, 주말이 되면 수동적이고 게을러지는 나를 보며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면이 도대체 나의 진실된 모습일까. 결론은 둘 다 똑같은 나라는 것이다. 괴리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 또한 내 모습들이었다. 나는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데 주말과 주중에 다른 나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생겼는지 문득 궁금해졌고, 그제야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적인 면들로 바꿔야겠다 생각했다.
일단 주말에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스스로 알아야 했다. 그래야 주중에서 과하게 사용한 에너지를 주말에 보충하며 남은 에너지를 가지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나도 모르게 하루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100% 아니 그보다도 더 높게 사용할 때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럴 때가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생긴다. 그리고 주말에 내가 오롯이 쓸 수 있는 시간에 더 많은 휴식을 하며 주말 동안은 하고자 하는 일에 60~80%만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정했다. 그러면 충분히 쉬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가 있었다.
나는 주말에도 계획을 한다. 특히 주말 계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잠과 휴식이다. 잠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잘 것인지, 또 휴식시간을 중간중간 평일보다는 많이 잡아둔다. 그러면 주중에 있었던 피로도도 내려가고 쉬면서 얻는 에너지가 또 다음 일을 할 수 있도록 생기를 준다. 주말에는 하고자 하는 일을 최대 3가지만 하려고 한다. 그중에서는 약속도 포함이다. 약속을 잡은 날에는 오전에 조금 일찍 일어나 해야 할 일을 두 가지(집안일, 청소 내지는 자기 계발) 해치운다. 그러면 약속장소에서 아무 생각 없이 그 누구보다도 열과 성을 다해 놀 수 있다. 그렇게 주말을 즐기고 나면 또 힘차게 월요일을 지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주말을 알차게 보낸다고 월요일이 마냥 기쁘지는 않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 행복한 주말이었는데 다시 내 에너지를 과하게 사용할 생각을 하니 출근하기가 너무 싫다. 하지만 일상의 루틴들은 나의 몸을 깨우고 행동하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 없이 이를 닦으러 가고 물과 영양제를 먹는다. (이 루틴은 주말에도 하는 루틴이다.) 옷을 꺼내 입고 텀블러에 따뜻한 차를 내린다. 그러다 보면 행동하고 있는 몸에 따라 마음도 저절로 변화하게 된다. 그래, 이왕 가서 하는 일 또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해보자고, 또 일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하기로 한 일들을 하면서 성장하도록 하자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게 된다.
주말도 주중처럼 보내면 가장 좋겠지만, 사실상 회사를 다니다 보면 말처럼 그것이 쉽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름의 룰과 방식들을 이용해 그것을 타파하려고 한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주말에서 주중으로 복귀하여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