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동 Jan 06. 2024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힘

언제나 시작되었지만 끝은 더욱 창대하리

4년 전쯤, 나는 일상을 모두 놓아버린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무기력증 내지는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다.) 회사 생활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잘 대했고 회사에서 생기는 문제도 능력껏 잘 해결해 나갔다. 제삼자가 보았을 때 나는 제정신이 맞았다. 하지만 아무 이상 없이 다니는 회사를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퇴근 후에는 힘이 주-욱 하고 빠져서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인생의 목표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심지어 먹고 싶은 음식도 없었다. 집에 가면 가족들과 부딪히지 않고 나는 바로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거나 SNS를 하면서 의미 없는 시간을 때웠다. 12시가 되면 잠에 청했고 7시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그런 날들이 지나가면서 몰두하게 된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아주 선명해진 한 질문.


"나는 왜 태어났을까"였다.


학생 때부터 보통이었고 딱히 뛰어난 구석도 없이 그냥저냥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성인이 되어서는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유달리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그냥 남들 사이에 잘 섞여 어디든 모가 나지 않은 사람으로 지냈다. 그러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을 보며 나의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는 왜 태어났나. 저들처럼 좋아하는 것도 없이 그냥 흘러가는 인생일 바에는 사는 것에 미련이 있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나는 이런 우울감, 무기력함, 그리고 자신에 대한 방황이 이어지면서 혼자만의 동굴에 더욱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하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나에게 답답했던 동생이 말했다.


"언니 수영을 한 번 해봐. 언니 수영 잘했잖아."


내가 잘하는 게 있었던가? 의심이 들었다. 지금 듣기 좋은 말이라고 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로 내가 수영을 잘했었던 거야? 그래봤자 5살~8살까지 한 게 다인데, 선수급까진 아니었는데 뭘 보고 얘는 나더러 수영을 잘한다는 거지. 20년이나 지났는데 내가 옛날처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그렇게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무언가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닌 척하며 동네 주변 수영장을 몰색했다. 직장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그렇게 나는 새벽수영을 "얼. 떨. 결"에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은 수영을 권했던 동생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새벽수영을 하면서 나는 생기를 얻었다. 움직이기만 하던 목각인형에 영혼을 불어넣은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내일이 기대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매일 배우는 수영은 나의 일상에 자극을 선사했다. 새벽 해가 뜨는 것을 보며 수영장을 향하는 내가 대견했다. 어떤 날은 25m를 완주하는 내가 대견했고 1바퀴를 쉬지 않고 수영한 내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주변의 사람들의 칭찬에 나는 더 열심히 하고자 하는 열정이 생겼고,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엿들으며 사람들이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사람들 속에 섞여 생기를 얻어갔다. 자신감은 계속 커져갔고 나는 그 자신감을 먹고 크면서 다시 살아낼 힘을 얻었다. 어느샌가 수영은 내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어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은 아마 내가 과연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더욱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저런 질문을 스스로 한테 채찍질했다고 생각한다. 수영을 배우면서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으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 그 에너지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질문 또한 긍정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도 괜찮은 사람이지만, 더 괜찮은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고 말이다.


나는 이 계기로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로 노력하고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항상 지니게 되었다.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는 다른 무언가와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부분이니깐 말이다. 나는 친구나 주변지인에게도 항상 그렇게 말한다. 지금도 잘하고 있으며 너는 원래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러면 우는 사람도 봤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힘들 정도로 메말랐나 싶기도 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그 부분을 아주 단단히 빛나도록 갈고닦아놓기를 실천 중이다. 갈고닦은 만큼 내가 또 빛날 테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해는 떴지만 그것은 어제의 해가 아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