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한국사회 고질병 중 하나가 학연, 지연이라고들 하던가... 그런데 한국을 떠나서 느낀 것 중 하나가, 한국에서는 드러내지 않고 인맥을 사용한다면(? 확실하지는 않다... 활용할 인맥 자체가 없었으므로...) 한국 밖에서는 대놓고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미국에서는 지인 찬스로 입사한 이야기를 정말 수도 없이 들었고, 주변에서도 매우 많이 보았다. (인맥은커녕 친구도 그다지 없는 사회성 제로인 우리 남편조차도 인맥으로 이직한 적이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에서 인맥은 고향 후배, 학교 후배라기보다는 예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면서 좋은 관계에 있었던 예전 동료나 상사가 이직을 하면서 같은 팀으로 추천해서 데려오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것도 정말 복불복(?)이랄까... 꼭 정말 일을 대단히 잘해서 추천을 하느냐면 그렇지는 않다. 그냥 추천하는 사람이랑 잘 맞았다고 보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울듯하고, 또 당연히 오픈된 포지션이 지원자의 경력에 맞아야 하니까 이것도 여러모로 운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런 것들을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늘 해외취업을 꿈꾸었었고, 그래서 막연하게 혹시라도 평판이 좋으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말로 일을 매우 열심히 하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든 같이 일하게 된 모든 해외 동료들과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참 웃픈 것이 그렇게 해서 친해지게 된 모든 동료들, 윗사람들이 정말 하나같이 10년 지기 친구로는 남았는데 추천이나 소개라도 해줄 수 있는 자리에는 있지를 않았다... 나를 정말로 신뢰해 주고 아껴주고 키워주려 노력했던 윗사람들은 이민이나 휴직 등으로 더 이상 해당분야에서 일을 하지 않았고, 딱히 소개해줄 여력도 되지 않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고, 인맥이 없으면 뭐 맨땅에 해당하고, 열심히 삽질하면서 부딪히는 수밖에... 싱가포르에서 구직할 때도 그랬고, 미국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활용한 구직 사이트는 링크드인이었다. 한국에서부터 계정을 만들고 영문으로 프로필을 작성해서 관리했었고, 수시로 내용을 업데이트해서 언제든 지원해야 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었다. 결과적으로 최종 면접에서는 안되었을지라도 지원 후70-80 퍼센트 정도는 인터뷰 하자는 연락이 왔었고, 대체로 2차 인터뷰까지는 이어졌던 것 같다.
2차 이후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당연히 영어로 조리 있게 설명하고, 유경력자다운 유창하고 유연한 말주변이 없어서였을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었다고 본다. 그러니까 인맥이 없었어도 채용팀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을 했었고, 인맥이 있었대도 부족한 논리적 효율적 영어구사력은 구원해주지 못했으리라고 본다...
리쿠르터의 눈길을 끌 만큼의 경력을 쌓아둔다면 인맥은 없어도 면접의 기회는 주어진다.
면접 과정에서 안 되는 것은 결국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인 것이고... 특히나 나처럼 엔지니어가 아닌 사리 판단력, 말주변, 발표실력 등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운영, 관리 직군은 자신이 쌓아온 것을 잘 포장해서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그 흔한 인맥 없어도 경력과 말주변(이라 적지만 영어로 조리 있게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좋은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 그중에서도 세계의 인재가 모여드는 실리콘밸리 쪽은 나와 비슷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기 때문에 자신을 잘 포장해서 어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엔지니어라면 코딩 테스트를 하니까 관리직군이 아닌 한 언어능력이 상관없을 수 있지만, 나의 경우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상당수 포지션들이 인터뷰 과정 중 주제를 던져주고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하거나 상황을 설정해 주고 어찌하겠는지 묻거나, 아니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했었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그래서 자신의 경력과 지원하고자 하는 포지션의 역할 및 요구되는 스킬 등을 잘 살펴보고 예상 가능한 상황별 질문들을 미리 뽑아서 사례 중심으로 조리 있게 답변해 보는 연습을 무한반복해둘 필요가 있다.원하는 것을 파낼 때까지 나름의 전략으로 열심히 삽질을 하는 것이다. 열심히 파다 보면 산을 쌓든 금을 캐든 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