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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berMist Mar 14. 2024

하루 더 버티게 하는 힘

커리어의 로드맵

첫 직장은 지난 20여 년 직장경험 중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아마도 내가 서있고 싶던 위치와 당시 내가 서있던 위치의 거리가 가장 멀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매일 밤 울면서 일기를 끄적이면서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문구들을 되새기며 버텨내곤 했다.


그중에서 가장 자주 되새기던 문구들은...

현재 받는 돈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날이 온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등등이었던 것 같다.


길게 보면 이런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아주 길게 보아야만 그렇다...  순간순간은 노력이 배신하기도 하고, 늘 받는 돈보다 더 일하는 날들의 연속일 수 있다.


20여 년 직장생활 동안, 한국, 미국, 싱가포르에서의 외노자의 나날들 중에는 억울한 날들, 모욕적이었던 날들, 자존심이 시궁창에 떨어진 것 같았던 날들이 숱하게 많았다. 그럴 때 나를 하루 더 버티게 해 주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직장에서 그래도 나를 믿어주었던 사람들, 모두가 나를 오해하지는 않는단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는 동료들, 그래도 포기하거나 도망치는 것보다는 버티는 쪽을 택하고야 말았던 나의 질긴 근성(?) 덕분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힘은 긴 인생에서 어느 시점에는 어딘가에 다다라 있고 싶다는 바람, 꿈이 아니었을까... 특히, 긴 커리어 인생의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게 해주는 로드맵은 매일매일 생기는 고난을 좀 더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었던 것 같다.


타고난 계획형 인간이었던 내가, 지금 돌아봐도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되는 한 가지는 내 커리어에서 10년, 20년 후에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고 싶은가를 그린 것이었다. 지금 꼭 그때 그렸던 그 자리에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20년 전의 나보다는 훨씬 더 목적지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때 그렸던 로드맵은, 마치 여행할 때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내비게이션처럼, 갈 곳을 잃은 느낌이 들 때, 어떤 이유로든 방황을 하게 될 때, 감정에 치우쳐 곧 후회할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던 것 같다.


먼저 10년, 20년 후의 목표점 적은 다음, 다시 5년, 1년 단위로 좀 더 작은 목표점들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나면 그 작은 목표들을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이 쉽게 떠올려지고, 그것들을 적어두고 실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로드맵을 머리에 새기고나니 커리어의 고비마다 흔들리지 않고 내가 가고 싶은 길과 연결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또한 당장 직장에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길게 보았을 때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지금 이곳에서 버티고 이겨내는 나와 닿아 있다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나 상황에 지지 않고 하루 더, 한걸음 더 내디뎌보는 근성을 저절로 키우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버텨낸다고, 노력한다고 항상 모든 일들이 바라는 대로 풀리거나 보상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렇게 마음에 새긴 로드맵은 비록 내 계획과는 다른 방법이 될지라도 내가 가고 싶은 곳들로 데려다 주기는 한다... 내가 바란 방법은 아니더라도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때로는 더 느리게, 또 때로는 더 빠르고 재미있게, 종종 더 많은 경험과 모험을 겪게 하면서 결국은 목적지에 근접하게 나를 인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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