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너 런치가 더 좋아"

모전자전...

by Bomeelove

봄이가 다니는 TK (transitioanl kindergarten)는 사전 신청자에 한해서 점심을 케이터링해주는 옵션이 있었다. 도시락을 싸주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집에서는 대체로 아이 취향에 맞춰서 먹이니까, 급식에서 나오는 다양한 재료를 시도해보도록 하고 싶어서 학교 점심을 신청해서 먹도록 했다. (보통 일주일에 2-3번은 고기나 생선, 소세지 등 단백질류 한가지, 브로콜리나 컬리플라워 혹은 당근 같은 야채 한두 종류에 밥이나 면이 곁들여 나오고, 피자, 파스타가 각각 하루씩 나온다.)


급식을 시작한지 두어달쯤 지났을까... 봄이는 도시락을 싸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반에서 두어명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들을 보고나서, 그래도 된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학교에서 주는 점심도 맛있지 않아?"

"맛없어... 엄마, 너 런치가 더 좋아! 도시락 싸줘~"

(한국말을 잘하는 봄이지만... 호칭을 넣어야 할 자리에 '너'를 넣곤 한다...)

남편은 그냥 주는대로 먹는것도 필요하고, 도시락을 싸는 나도 힘드니까 급식을 먹이라고 했지만 나는 도시락을 싸주기로 했다...


봄이가 학교에서 주는 야채는 전혀 손을 안대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싸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균형잡힌 점심을 먹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싸줄 수 있는데 귀찮다고 안싸주기에는 마음도 편치 않았다.

"그래, 도시락 싸가자! 도시락 뭐 싸줄까? ㅇㅇ랑 xx는 (반에서 도시락을 싸오는 몇 안되는 아이들)는 뭐싸와?

"샌드위치나 팬케잌.. 근데 난 밥 싸줘"



하하... 웃음이 나왔다. 과거의 추억이 소환되어 온다....

"오늘은 샌드위치 싸갈래?" 하고 묻는 엄마와 "싫어, 난 밥싸줘!"라고 답하던 내가 보인다...

한국에서 나고자란 뼛속까지 한국인이던 나는, 어린시절 빵, 샌드위치, 피자, 햄버거 등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뭘 먹어도 다 상관없고 맛있지만, 어릴때는 희한하게 밥대신 빵을 먹으면 머리가 아팠다... 그런 나를 닮아서인지... 신기하게도 봄이도 밥을 훨씬 더 좋아했다.


봄이가 데이케어에 다니던 시절에는 도시락을 싸 보냈었다... 봄이가 먹는 야채류와 고기를 잘게 다져서 볶아 보내면, 봄이는 늘 완밥을 하고 왔었다. 그래... 저녁 준비하면서 도시락 준비도 같이 해두고,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면되지....



니가 내 밥을 먹고 즐거워할 날들도 무한하지 않고, 내가 챙겨주지 않아도 스스로 챙기며 살 날들도 시간지나면 어차피 오지 말래도 올텐데... 해줄 수 있을때 마음껏 해주자....

너는 오늘이 가장 작고, 오늘이 가장 가볍고, 품에 안길 날들도 길지 않으니...


한국어를 하지못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엄마와 잘 소통하지 못하다가 죽은 엄마를 떠올리다 H마트에서 울었다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처럼 슬프게는 말고... 그저 어느날 맛있는 밥을 먹다가 행복했던 어린날을 떠올리며 충만함을 느끼기를 바래본다...

tempImageMhEgIt.heic
tempImageXfZbIG.heic


매거진의 이전글엄마 상어도 좋은 엄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