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 책방 주인이 되어주면 안 될까?

by 작은 의미

“어떻게 이런 시골에 책방을 열게 되었어요?”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경기도 끝자락에 있는 도시로 출퇴근하던 때였다. 거리도 멀었지만 끝없는 업무로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피곤에 지쳐 축 처진 팔을 운전대에 기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사연들이 무심히 흘러가던 중 이도우 작가의 신작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출간 소식이 들렸다.

그의 전작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 인상 깊게 남아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신작 소설도 바로 구매하여 읽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시골 책방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은섭이 운영하는

굿 나이트책방은 책만 파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으며 삶을 나누고, 할 일 없이 찾아와 차를 마시며 안부를 전했다. 그곳은 치유와 성장, 용서와 위로의 공간이 되었다. 시골 마을의 느리지만 깊은, 느슨하지만 따듯한 일상이 담겨 있었다. 시골 책방? 책과 함께하는 느림의 삶, 나의 오랜 꿈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꿈조차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을 찾아다니다

곧바로 ‘책방’을 검색했다. 그 당시 살던 용인 외곽에 시골 책방이 있었다.

벌거벗은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기 시작한 이른 봄,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책방을 찾아갔다.

책방으로 가는 지방도로는 희미한 연둣빛이 산 언저리에 어른거리고, 노랗고 연분홍빛이 들판을 수놓고 있었다. 기대와 설렘의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용담저수지가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저수지 끝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개천가 옆 좁은 길을 들어가니 보호수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서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속살을 감추지 못한 나무들 사이로 황토집이 보였다. 작은 돌다리를 건너자 ‘생각을 담는 집’이라는 간판이 조그맣게 붙어 있었다.

평일 오후, 조용한 책방 뒤편으로 병풍처럼 드리워진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먼저 인사해 주었다.

조심스럽게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렇게 책방 순례가 시작되었다. 서울, 경기뿐만 아니라, 전국의 책방을 찾아다녔다. 여행을 하면 그곳의 책방을 찾아갔다. 때론 책방을 목적지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렇게 여행처럼 찾아간 낯선 동네, 사람보다는 자연과 더 가까운 변두리의 작은 책방을 가면 마음이 평온해졌다. 일렁이던 머릿속, 휘몰아치던 일상은 고요한 호수의 물결처럼 잔잔해졌다. 책방을 들어서면 책 냄새와 서가에 꽂힌 책들만으로도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주인의 숨결이 느껴졌다. 공간이 주는 힘이 또 다른 삶의 길을 비추었다. 분주하고 힘겨운 일상 속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날아갈 힘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잊고 있던 나의 꿈이 점점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내 삶을 돌아보니 주저하고 망설이게 하는 이유가 끝도 없었다. 마치 마술사의 지팡이에서 나오는 줄처럼. 갈망과 현실 속에 고민하던 중 지방의 숲 속 작은 책방에 가게 되었다. 그곳은 남편이 이른 은퇴를 하고 시골로 들어와 책방을 지키고 있었고, 부인은 주말에 내려와 책방을 지원하고 있었다. 아! 중요한 힌트를 얻은 듯했다.


나만의 길을 찾다

우리 부부는 도시보다 자연을 찾아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른 은퇴를 하고 시골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주인들의 삶을 남편은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사람 좋아하고 생김새와 다르게 꼼꼼하고 깔끔한 남편도 참 잘할 것 같았다. 노년에 제주도 중산간이나 지리산 자락, 또는 태백산 아래 소도시에서 보내자고 말하곤 했었다. 그렇게 막연하게 노후를 계획했다.


시골 책방을 다니던 나는 조금 더 빨리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했던 책방과 남편이 잘할 것 같다던 펜션 운영을 접목하여 책방 겸 북스테이를 운영하는 것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 』에서 말했다. 자신의 삶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나만의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삶으로 살고 싶었다. 용기가 움트기 시작했다.


남편은 디자이너로 25년 동안 출판사에서 일했다. 인생의 반 넘게 책과 함께 살았다. 직장인으로 살았지만 천성이 느긋하고 타인의 이목이나 세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조금 이른 은퇴를 하고 시골 책방 주인으로 살아가는 자유롭고 엉뚱한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꽤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어느 날 그에게 말했다.


“여보, 나 대신 책방 주인이 되어주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