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끝자락, 강화와 마주한 곳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건축에 대한 상식과 경험도 없었고, 용인에서 김포까지 매일 가 볼 수도 없으니 믿을만한 사람에게 건축을 맡겨야 한다고 들었다. 성실하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소개받은 업자에게 건축과 감리를 맡겼다.
주중에는 공사 현장에 못 가고 토요일 단 하루 현장으로 가서 현장 소장으로부터 공사 진행 상황을 간단히 들은 후 간식과 함께 감사와 당부를 전하고 오게 된다.
건축 공사 진행은 더디기만 했다. 이른 장마에 불볕더위, 코로나 이후 인력난과 자재 수급의 어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급기야 믿을 만하다고 소개받은 업자는 하청업자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서 건축이 멈추게 되었다.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 공사로 지쳐갔다.
공사 현장은 염하강을 사이에 두고 강화와 마주 보고 있는 곳이다. 공사 현장을 둘러보는 틈에 강화도 숲이나 바닷가 주변에 가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싶었고 캠핑용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중고카페에서 물건을 사던 남편에게 제안했다.
“여보, 캠핑용 의자 사서 가지고 다니면 어때?
요즘 당근에서 중고로 쉽게 살 수 있대, 김포 현장 갔다가 근처 바닷가 가서 좀 쉬다 오면 좋을 것 같아.”
당근을 알지 못했던 남편이 당근에서 캠핑용 의자 2개를 샀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캠핑용 의자에 이어 비취용 의자를 사더니 텐트, 테이블, 천막, 취사도구로 이어져 캠핑 장비가 점점 쌓여갔다. 캠핑용 장비를 담는 커다란 가방까지. 당근에서 싸게, 또는 무료 나눔 받은 캠핑용품들은 낡았거나 유행이 지난 물건들이 많았다. 물건들은 베란다에 쌓이더니 급기야 방 한편에 설치한 조립식 선반 위로 쌓여 갔다. 우리가 캠핑족이 될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시골로 귀촌하고 나면 집이 곧 쉼의 장소가 될 텐데, 당근 구매를 멈추라고 성화를 해도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응, 알았어.”
영혼 없는 한 마디가 끝이었다.
캠핑용품을 샀으니, 캠핑은 가야지 싶어 건축하는 그해 우리는 세 번 캠핑을 갔다. 첫 번째 캠핑은 강화도였다. 강화도의 산과 들이 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한 작은 사설 캠핑장이었다. 시멘트 바닥에 텐트를 칠 수 있는 나무 데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다였다. 그나마 코로나 시기로 데크는 하나 건너 하나씩 배정을 해 줬다. 캠핑용 장비를 캐리어에 끌고 두 번을 오가며 짐을 날랐다. 그리고 텐트 치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캠핑의 감성과 여유로움은 없었다. 두 번째 캠핑은 경북 봉화의 청옥산 휴양림으로 갔다. 여름이라 예약하기 쉽지 않았다. J 부부도 함께 가기로 했지만 그들은 나이 들어 불편한 잠자리는 싫다며 하루는 휴양림 인근의 모텔을, 하루는 휴양림의 휴양관으로 예약했다. 캠핑 장비를 자동차에 잔뜩 싣고 중앙고속도로를 달렸다. 단양을 지날 때쯤 남편은 잠깐 어디를 들러 가야 한다고 고속도로를 벗어나 단양 읍내로 들어갔다.
또 무슨 일을 하려고 하나 싶어 옆자리에서 눈을 흘겨 쳐다보았지만 남편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읍내의 외곽 어디쯤에서 누군가와 교신하더니 물건을 주고받았다. 그것은 중고카페에서 사들인 캠핑용 에어컨이었다. 딱 봐도 오래된 구형 에어컨이었다. 나는 우리가 얼마나 자주 캠핑을 갈 거라고 캠핑용 에어컨까지 사야 하냐고 짜증을 냈지만, 남편은 늘 그렇듯이 다 필요한 거라는 한마디뿐이었다.
경북 봉화의 청옥산 휴양림은 태백과 경계의 굽이굽이 산속에 있어, 여름에도 밤이면 추울 정도다. 당연히 캠핑용 에어컨은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캠핑용 에어컨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그 후에도 어디에 있는지 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남편이 사들인 캠핑 장비는 창고 안에서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당근을 처음 시작할 때 사람의 체온인 36.5도로 시작하는데, 남편은 78도까지 올라가 사우나 온도까지 되었다.
여보~ 이제 온도 좀 낮춥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