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로 살아남기

by Nut Cracker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에 활동가 설명이 어려워 “그냥 좋은 세상 만드는 힘든 일 해요”라는 대답으로 얼버무리곤 했다. 그래도 활동가라는 직업과 정체성 만족도는 제법 높은 편이라 주변에서 정치나 사기업, 대학원을 권할 때도, (그것도 나름의 활동이겠지만서도) 그럼 활동은 누가 하냐!는 말로 계속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가끔 주변에 일을 찾는 친구가 있으면 반농반진으로 활동가를 추천해주곤 하는데, 진심으로 활동가 동료가 더 있었으면 좋겠는 마음이면서도, 반 농담인 이유는 많은 활동단체와 활동가 상황이 열악하여 감히 제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활동가 친구들 사이에는, 부양할 가족이 없어야 활동할 수 있다는 자조적 농담이 자주 오갔고 실로 주변에는 이런 박한 환경에서 활동하다가 소진되거나 못 버티고 떠나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나는 으레 어느 정도 활동 하다가 영 이 판을 떠나거나 골병이 드는 게 수순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


대학강의에서 활동가를 꿈꾼다는 청년이 조심스레 먹고 사는 문제를 질문 했고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후원이나 다른 활동으로 다양하게 활동에 이바지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강의가 끝나고 이 동문서답을 곱씹을 수록 참 치사하고 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게 부양해야할 가족이 없고, 과로에도 무색할 수 있어야 하며 경제적 곤궁함에서 빗껴있어야 활동할 수 있다면 대체 그야말로 활동은 누가 할 수 있을까.


벤츠 모는 활동가가 꿈이라는 말을 떠들고 다닌다.

이것이 체제에 대한 이해와 운동 기반 없는 일개 활동가의 치기어린 말일지도 모르겠으나 당장에 활동하며 맞닥뜨리는 많은 문제를 그저 효능감이나 신념, 의지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기에 하는 소리다. 신념을 쫓으며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만큼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사람도 있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누군가는 그런 유인이 활동을 변질되게 할 지 모른다 염려하겠지만, 한편으로 사람은 언제나 다양한 욕구와 동기를 가진 입체적 존재가 아니었던가. 다양한 존재들이 복잡하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이 영역도 넓어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번에 이한열재단의 소셜펠로우십 사업에 발탁되어 함께하게 됐다. 공간지원과 더불어 활동비, 네트워크가 생긴다. 당장 많은 지원사업이 인건비 없이 사업비로만 구성되어 활동가가 갈려나가다 못해 착즙되고, 정부와 서울시는 시민사회를 돈 낭비하는 곳으로 매도하며, 회의 때마다 마땅한 공간이 없어 이곳 저곳을 떠돌아야 했던 신세였기에 이 지원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당장 나도 투정만 부릴 게 아니라 더 많은 활동가가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받은 활동비 절반을 다른 활동가를 응원하는데 쓰려고 한다. 활동가의 열악한 경제 환경은 당연한 숙명도 감수해야할 낭만도 아니다. 작지만 곁을 돌보는 활동으로 어떻게든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 바닥에서 함께 오래오래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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