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복 데이트가 하고싶었다>

2022.12.17. 한국일보 젠더살롱

by Nut Cracker

젠더살롱 이번 글은 <나는 교복 데이트가 하고싶었다> 입니다.



청소년 시절, 놀이터에서 하릴 없이 시간 보내고, 컵 떡볶이를 나눠먹으며 꽁냥거리는 그런 연애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다만 낭만적이고 '순수'한 데이트만 아닌 다양한 성적 관계 맺음에 대한 욕구 역시 담겨있을 겁니다. 다만 너무 어리다는 말에,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말에 뒷전이 되었죠. 물론 그때도 할 애들은 다 잘 하고 다녔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어떤 낙인과 편견에 안전하지 못한 환경으로 내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청소년의 연애와 성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금기로 여겨졌습니다.



세월이 꽤 흐른 지금도, 청소년의 연애와 성 말하기는 여전히 뒷전인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청소년 페미니즘네트워크 위티(WeTee)의 활동에 혐오로 일관하던 세력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보수 개신교를 기반으로 한 어떤 이들은 전문성 없이 자신의 가치관을 주입하기 위한 일환으로 성교육을 사용하고 있고, 교육부는 이런 이들에게 휘둘려서 교과서에서 단어를 삭제하는 것으로 눈가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른들이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와중에도 청소년들은 다양하게 성을 경험하며 사랑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실로 교실 현장에서 청소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역동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싶어 놀라울 따름입니다. 가려본들, 아니라고 부정해본들 소용없고 도리어 이 현실아래 존재하는 청소년들을 더 위태롭게 할 뿐이죠. 청소년이 안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청소년의 연애와 성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글의 본문일부와 링크를 남깁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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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에서 '연애'를 주제로 강의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무슨 '짝사랑 성공법' 같은 건 아니고, 연애를 매개로 다양한 성교육을 한다. 대개 '성교육' 하면 몸, 그중에서도 성기에 대한 교육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기에 어리둥절해하지만 성교육은 비단 몸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닌 성적인 욕구와 감정, 성을 매개로 한 관계, 성을 둘러싼 우리 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래야만 한다.



그래서 연애는 성교육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필요한 소재다. 우리는 연애를 통해 자신의 성적인 몸과 욕구를 탐구해 나가기도 하고, 매력어필 과정에서 성 역할 고정관념을 답습하다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게다가 연애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통해 권력과 동의를 배우기도 하고, 안타깝지만 때로는 사회적 낙인과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래서 연애는 성교육 현장에서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할 주제다.



....최근 한 학교에서 중학교 1, 3학년 수업을 요청했다. 학교 측에 연애를 주제로 수업해보겠다고 제안했으나, 중학교 1학년은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을 다루고 3학년만 연애를 다루게 됐다. 중학교 1학년은 아직 너무 어리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3학년과 안전한 성관계를 위해 콘돔을 이야기할 때도 직접 콘돔을 보여주는 시연은 하지 말고 PPT 화면만 이용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학부모의 민원을 받을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 현실은 청소년의 요구보다 양육자 또는 보수 개신교 가치관을 지닌 단체들의 민원을 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래서 성과 관련한 교육 자체를 꺼리거나 혹여나 하더라도 아주 기초적인 몸에 대한 이야기, 혹은 폭력과 관련하여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그친다.



...'성'을 말하기에 어리지 않은 나이는 대체 몇 살일까? 아니 애초에 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은 성을 모르는 '순수'하고 '건전'한 성인으로 자라날까? 그게 과연 순수한 것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차치하더라도, 성과 관련한 각종 정보가 차고 넘치는 이 세상에서 과연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청소년은 이미 성적 주체로 다양한 성적 욕구를 느끼고 성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 2019년 발표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총 4,000여 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연애 경험이 있는 경우는 49.2%이고 첫 연애 연령은 평균 11.6세, 이 중 67.1%가 스킨십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관계는 어떨까? 2021년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관계 시작 연령은 만 14.1세로 대략 중학교 2학년 정도다. 또한 중·고등학생 성관계 경험률 전체 평균은 5.4%이고 고3으로 올라가면 이 비율은 10%를 넘는다. 일견 낮은 비율로 생각되지만, 통계청에서 발표한 중·고등학생 인구가 대략 271만 명이라고 하니까 아주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도 약 14만 명이 넘는 청소년이 성경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원문 링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1514080002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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