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그 이후에도 책임은 끝나지 않는다

한국일보 젠더살롱

by Nut Cracker

최근, 성범죄 가해 청소년 교육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평범함을 마주하고 들었던 복잡한 심경을 글로 담아 보았습니다. '성폭력은 사회구조의 문제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으면서도 가해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책임을 묻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음을 절감했습니다. 내심 '가해자'와 '평범한 나'를 구분짓기 하고,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뒤짚어 씌우며 이 복잡한 현실을 외면하고픈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허나 사건과 사고 이후에도 일상은 지속되고 가해자들이 영원히 사회와 격리되는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제대로 책임을 묻고 반성하며 그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본문 일부와 원문 링크를 남깁니다. 많이 읽어주시고 더 많이 이야기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처벌, 그 이후에도 책임은 끝나지 않는다>

: 복수와 응징만을 말하는 사회에서 가해와 처벌 그 이후를 상상하기


폭력은 흔하고,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드문 현실에서, 미디어를 통한 복수극이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끄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잔혹하고 처절한 복수, 그렇게라도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 앞에서, '복수는 덧없다'거나, '용서가 필요하다'는 말은 얼마나 공허한가. ... 교육 내용에서도 어떤 말이나 행동이 처벌받으며 그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이 더 많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서도 '처벌 강화'는 단골 답변이다. 그럴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과 그것이 시사하는 점 등 사회구조 문제로 논의를 끌어가기 위해 애쓰지만, 이야기는 자주 되돌아가 처벌 근처에서 머물렀다. 그건 일종의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를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그러던 차에 성폭력 가해 청소년 교육을 의뢰받았다.

... 그냥 평범한 교실의 청소년 모습 그 자체였다. 교육이 끝나고 한 청소년은 소감으로 성평등 교육이 평소 학교에서 얼마나 진행되는지를 물은 뒤 이런 교육을 조금 더 빨리 들을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이 오롯이 그 청소년뿐만은 아니어야 했다.


그러니까 조금은 관상 같은 것을 믿기도 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흉악한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가 될 때면 댓글에는 '생긴 것부터 싸하다'는 식의 이야기가 흔했고 거기에 적극 동조할 수는 없어도 못내 눈빛 같은 걸 보며 께름칙하다고 느끼곤 했다. 다시 생각하면, 그건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저런 사람을 구분할 수 있으므로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이자, 나는 그들과 다르다는 바람 같은 거였다.


...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 그것은 저주도 위로도 아니다.

나와 같은 존재가 조금이나마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더 너른 안전망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또 다른 나와 같은 존재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끔 예방하는 것 역시 같은 차원에서 이야기했다. ... 이제는 나와 같은 존재가 잘못된 선택을 한 이후의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


- 원문링크 :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2160951000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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