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한국일보 젠더살롱

by Nut Cracker

성평등 교육을 하다보면 남성들에게 다종다양한 '역'차별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요. 면면이 뜯어보면 그 안에 선행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으나 그것을 보지 않거나 가려져있을 뿐일 때가 많습니다. 개중에도 '할당제'는 갖은 오해들로 제대로 도입되지도 않았는데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말을 듣는 특이한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저부터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얼버무린 때가 많았는데요. 이번 글을 쓰며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일보 젠더살롱 할당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62211340000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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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지난 칼럼의 제목을 빌려 다시 이야기하면, 여성과 남성의 차이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고, 그 차이의 이유를 생물학적으로 환원하여 역할에 차별을 두는 것은 틀린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많은 청소년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실로 학교에서 학업 성취도나 학습 태도, 신체적 발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성별 차이가 크지 않음을 계속 보아왔으니, 그것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들은 그 차이 없음을 다시 강조하며 이야기한다. "성별의 차이가 없는 만큼, 우리의 경쟁도 공정해야 한다! 그래서 '여성' 할당제는 (역)차별이다!"


"그런데 여성 할당제, 진짜 있을까요?" 우리나라에 구조적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우선 할당하는 '여성 할당제'라 불릴 수 있는 제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라 하여 공무원 채용 시 한 성별이 30%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성별을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가 있으나 제도 시행 이후, 2019년까지 추가 합격된 인원은 남성이 800여 명이나 더 많았다. 실상 '남성 할당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강사가 쏟아내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해진 참여자에게 쐐기를 박는 한마디를 남긴다. "그러니까 부당하게 차별받고 억울한 누명까지 쓴 여성들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이 과정을 통해 교육 참여자들은 자신이 믿어 온 정보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고, 불공정에 대한 감각을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으로 확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찝찝한 마음도 있다. 지금, 여성 할당제가 없어도 정말 괜찮은 걸까?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1998~2015년 발생한 자동차 정면 충돌 사고에서 여성의 치명상 발생률이 남성보다 73% 더 높았다고 한다. 자동차 개발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신체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름을 틀림이 아닌 다름 그대로 두기 위해서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진공 속에서 살고 있지 않고 다양한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로 가득한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그저 '공정해야 한다'는 말만으론 바뀌지 않는다.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할당제'는 그런 현재의 구조적 차별로 인한 불공정을 시정하는 적극적인 조치의 일환이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2021년 기준, 상장법인 2,246개사에서 여성 임원 비율은 5.2%였다. 심지어 전체 상장기업 중 63.7%, 1,431개 기업에는 여성 임원이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으로 추려보면 어떨까? 2022년 자료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5.6%였고 여성 임원이 전혀 없는 기업은 28개였다. 공무원은 어떨까?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 중 여성은 47.9%로 절반에 달하지만, 3급 이상 고위직 여성 공무원은 8.5%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마저 형편은 비슷해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고작 19.1%뿐이다. 이 많은 숫자들이 이야기하는 바는 명확하다. 우리는 할당제의 부작용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인 세상에서 살고 있고, 그마저도 시행되지 않았는데 앞서서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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