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 벗은 남자들 :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이번 글의 주제는 '반려'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거나 애를 낳지 않겠다는 게 곧 개인주의적이라던가 혼자 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 나부터도 함께 사는 다양한 모습의 삶을 꿈꾼다. 특히 최근에는 성교육에서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게 성교육 활동가로서 해야할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것은 저출생 문제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우리사회의 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시선전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혈연가족보다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반려의 삶
책 ‘에이징 솔로’에 따르면 비비는 규칙이나 회비, 정기적 모임 같은 의무 없이 이웃이라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함께 운동하고 글 쓰고 부모 돌봄이나 주거 독립 같은 관심사로 토론하며 느슨하면서도 또 지속가능하게 연결되어 있다. 비비의 다양한 모습 중에서도 가장 부러웠던 건, 한 동네에 살면서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을 때 서슴없이 도움을 요청하고 받을 수 있다는 지점이었다. 약 10년이 조금 못되게 독립생활을 하면서 다른 것은 많이 익숙하고 능숙해졌지만, 여전히 혼자 아플때의 서러움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독립생활을 이어가는 주변 친구들의 삶도 비슷하다. 한 번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갑작스레 죽게 되면, 함께 사는 반려 동물이 굶을 게 걱정되니 아침에 안부 묻는 프로젝트라도 하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아프고 노쇠해지는 몸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포다. 덮어놓고 외면할 게 아니라, 혈연가족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반려지인들과의 연결을 통해서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지금도 아프지만 혈연가족에 걱정 끼치기는 싫고, 멀리 있어서 도움 청하기도 어려울 때, 주변에 있는 친구가 가져다 주는 죽과 약은 엄청난 위로다. (...)
혹자는 혈연이 아닌 존재에 돌봄을 맡기는 게 믿음직스럽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정말 ‘혈연’만이 돌봄을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동기일까? 그렇다면, 지금 나타나는 돌봄의 편중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의 노인 및 아동 돌봄 가족조사’ 연구에 따르면, 주돌봄자는 딸이 35%, 혈연 아닌 며느리가 36.7%이고 돌봄 전담자의 성별은 여성이 85% 남성이 15%였다. 여성에게 독박돌봄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은 혈연을 빙자한 가부장제가 여성의 독박돌봄을 강제하게 하면서도 가족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포장하게 만드는 요소라 의심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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