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이하 남함페)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소개 후에는 항상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뒤따른다. 아무래도 우리사회에서 ‘남성’과 ‘페미니즘’이 한 자리에 붙는 경우가 여전히 흔치 않기 때문이리라. 남함페는 이렇게 남성과 페미니즘이 서로 형용모순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그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실천하는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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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기존 가부장제의 왜곡된 남성성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남함페 활동가 다섯이 모여 같이 글을 써보기로 했다. 여성신문 지면을 낭비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와 발화권력에 대한 염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뒤에 서 있는 건, 겸손을 빙자한 책임회피가 아닐까. 특히 청년 남성을 중심으로 한 페미니즘 백래시가 거세게 몰아치는 지금, 누군가 이들과 대화를 시도해야한다면 남함페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정기 연재 프로젝트 제목도 <벌거벗은 남자들>로 정했다. 문제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져 근엄하게 타인을 꾸짓는 글이 아니라 나의 과오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글, 미약하지만 무엇이라도 해보겠다고 다짐하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소재도 정치, 사회 등 거창한 문제만 다루기 보다 연애, 가족, 돌봄, 군대 등 일상에 맞닿은 고민이 페미니즘과 어떤 접점으로 이어지는지 풀어내보고자 한다.
언젠가 페미니즘이 너무 당연해, ‘남성과 함께’라는 수식어가 무의미해지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한 발을 내딛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