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대한 단상

2019 이한의 백수생활_백수기 #5 (2019.02.26.)

by Nut Cracker

1. 불안은 공명한다.


공명(共鳴) [공 ː 명]
[명사]
1. <물리> 진동하는 계의 진폭이 급격하게 늘어남. 또는 그런 현상.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가하여지는 힘의 진동수가 진동하는 계의 고유의 진동수에 가까워질 때 일어난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29년 불안 경력자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미루어 보건데, 불안은 공명한다.

쉽게 말해 한 번 불안에 휩싸이면 내 행보 하나 하나가 다 나락을 향해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만 같고 내일 해는 뜰 것 같지 않으며 스무 번 쯤 두드리고 건너는 돌다리가 스물한 번째에 무너질 것 같다는 소리다.

글로 써놓고 보면 참 비합리적이지만 애초 인간이 제 삶에 합리를 따질 수 있을 만큼 항상 냉철하고 분석적이기만 하다면 세상에 비극이 어디 있을까. 감기라도 들면 전기장판과 보일러를 최고로 틀어 바닥을 지져도 세상에 따뜻함이라곤 없는 것처럼 벌벌 떠는 게 사람이다.

그리고 한 주의 불안은 대개 일요일 밤에 정점을 찍는다.

지난 주 보단 늙고 다음 주를 마주하기엔 미성숙한 나는

엉거주춤 그 가운데 다리를 걸치고 후회 반, 걱정 반으로 한 주를 마감한다.


2. 불안 is my life


나 또한 알고 있다.

세상에 후회와 걱정만큼 부질없는 건 없으며

어지간해서 인생은 망하지 않는다는 걸.


다음 주의 나도, 다음 달, 또 다음 해의 나도 특출나게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아주 폭삭 주저앉아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럭저럭 어찌저찌 잘 버티며 살아갈 거란 말이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내가 아닌걸?


배배 꼬인 꽈배기도 절레절레 할 만큼 꼬여버린 나는

미래의 내가 잘 살건 못 살건 알 바가 아니다.

다만 나는 지금 내 감정에 충실히 휘둘리고 있을 뿐이다.


불안하면 불안한대로,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지금을 살기로 작정한 뒤로 어째 불안과 우울 같이 부정적인 감정은

내가 살기로 한 ‘지금’에 있어선 안 될 감정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미루거나 회피했다.


하지만 밥을 먹으면 똥을 싸듯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도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밥을 먹는다 한들, 향긋하고 값진 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저 무사히 변기에 내 묵은 과오들을 떠내려 보내며 뒤처리만 잘 한다면 될 일이다. 똥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3. 믿고 싶은 대로 믿어요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남들의 뒤처리 방법과는 다르게
자신의 감정을 잘 처리 하는 방법은 모두의 관심사다.

이는 학교에서도 가르쳐준 바가 없고 어른이라고 꼭 다 잘하는 것만은 아니기에
그저 개인의 무수한 시행착오만이 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도 조금 쉽게 가자면 남들 방법을 곁눈질하는 게 아닐까.

그런 취지에서 나의 뒤처리 방법을 수줍게 공유하자면, 역시 우울한 음악이다.

‘대체 왜?’ 싶겠지만,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후회할 걸 알면서도 매운걸 잔뜩 먹고 모든 걸 비워버리는 인간의 심리랄까.


그래서 오늘은 이바다‘믿고 싶은 대로 믿어요’를 듣는다.

제목부터 너무 마음에 드는 이 노래는, 가사도 보컬음색도 완벽하다.

특히 불안에 휩싸여 무엇으로도 위로되지 않을 때, 잘잘못을 떠나 내 선택과 불안에 휩싸인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이 노래만한 게 없다.

이제, 음악을 들으면서 믿고 싶은 대로 믿자. 이 글도, 우리의 불안도.


https://youtu.be/3OWljFqxf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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