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시든 날 깨워주는 벗이었다.
권태의 나날에도,
무기력을 유영하던 때에도
쳇바퀴에 발을 얹게 한 건
순전히 불안에 쫓기던 마음 때문이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의도가 뭔지.
심지어는 과정의 유·불쾌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필요한 건 오직 결과였겠으나
대체론 부산물처럼 따라 나오는 보람을 주워 먹었다.
그건 마치 은하수에서 별자리를 찾는 일과 같아서,
좋게 표현하면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겠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의미에 맞춰 무의미를 기워내는 일에 가까웠다.
그 지지부진함에 진저리칠 때,
나는 다시 소매를 걷어 협상에 들곤 했으나.
갑도 을도 없이 모조리 종신으로 된 계약서에
서명이 쓰이고 모자라 손도장까지 찍히곤
다시 수레바퀴 앞에 내동댕이쳐질 뿐이었다.
바람 든 날만, 가엾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