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_꿈틀학교 강의후기

by Nut Cracker

마음이 심란하고 어려울 수록 일을 한다.

이럴 때일 수록 정신없이 일을 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로 지난 7월 9일 꿈틀학교에서 했던 강의를 되돌아보면서 강의일지를 남긴다.


<모두를 위한 변화, 성평등>

- 강의 일자: 2020년 7월 9일 10:00~10:50

- 강의 장소: 꿈틀 학교

- 강의 대상: 고등학교 1학년 / 총 15명 (여7, 남8)

- 강의 주제: 성인지감수성,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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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후기>

강의 제목은 <모두를 위한 변화, 성평등> 내용은 다다틀틀 다틀다틀을 조금 최신화한 버전이다. 원래 강의 계획이 없었다가 며칠 전에 갑자기 잡힌지라 준비 시간이 촉박했다. 피티 정도만 급하게 만들어서 나갔다.


강의 초반, 이 강의가 매력 있는지, 재미있는지, 유용한지 잘 알려주는 게 중요한데, 앞부분 여섯 개의 슬라이드가 강의 개요로 다소 장황하여 일부 참여자의 집중력이 흩어지는 게 보였다. 특히 약속문은 10개를 함께 읽어야 했는데, 다소 길다보니 읽으면서 텐션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대략 4개 정도로 약속문의 주제를 잡아서 참여자가 읽고 강사가 이를 해석하는 남함페 방식이 더 유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강사소개는 권위적이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최근 유행하는 MBTI를 활용했다. 겸사겸사 내가 왜 성평등 교육활동가를 하게 되었는지 계기도 설명했다. 딱히 흥미는 없어 보였고 오히려 MBTI와 에니어그램을 아는 참여자와 모르는 참여자 간에 집중도가 나뉘는 것 같아 정말 가볍게 하고 넘어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요새는 MBTI 과몰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과연 이렇게 소개하는 게 편견을 강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


앞부분은 다다틀틀 강의의 핵심인 관상으로 시작했다. 이 부분이 참여자에게 이해가 가고 효과적인지 다수의 인원 앞에서 꼭 확인 해보고 싶었다. 확실히 관상이라고 이야기하다보니 참여자의 관심이 강사에게 집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의에 흥미를 느끼고 주변 참여자들을 서로 돌아보며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 확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점점 의아해하는 얼굴을 보면서 이 엉터리 관상이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 엉터리 관상을 늘어놓다가 사실 이게 거짓말임을 고백하면서 엉터리 관상의 문제점을 짚었다. 차이를 차별로 대우하는 것의 문제, 차이의 기준 역시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임을 지적하며 다양성과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핵심 ‘다른 건 다른거고 틀린 건 틀린거지 다른 것과 틀린 건 다른 거고 틀린 게 아니야’라는 문장이었다. 사실 이 문장은 지난 번 들었던 황금명륜 선생님 강의에서 들었던 말이라 선생님을 모르는 강의 참여자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문장 자체가 길고 라임이 살아있어 처음 듣는 참여자들도 약간의 갸우뚱 하면서 재밌게 들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핵심을 되짚고 이를 성별 문제로 녹여냈다. 이 강의가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임을 원래 이 대목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냈어야 좀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후에는 활동으로 ‘내가 생각하는 성평등/성차별을 써보도록 했다.

아무래도 강의 참여자가 활동하는 내용이 있어야 했고, 첫 강의다보니 강의 참여자의 상태를 확인하기에 적절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확인하고 고민이 된 지점은, 여/남 참여자의 관심도와 수준 차이가 너무 극명하게 난다. 사실 몰랐던 것도 아니고 다른 선생님들을 통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 들었는데 이렇게 두 눈으로 확인하니 그 차이가 더 극명하다. 이해도의 차이는 여성 참여자들 사이에도 나타난다. 그래도 관심도 면에서는 그렇게 차이가 극명하지는 않은 편인데, 남자 참여자는 이해도가 있더라도 대체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또 이게 몰라서 관심을 안 보이는 거면 강의 수준을 맞추는 방식으로 조절이 가능할텐데,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 나눠보면 모르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곧잘 대답하곤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성평등/성차별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남성성을 훼손한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 아니면 성교육 시간에 자신들은 들러리가 된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생각보다 학생들은 분위기를 파악하는 눈치가 빨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괜히 한 소리 들을까봐 무서워서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좀 더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뷰라도 해봤으면 좋겠네.


다음은 우리사회의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성차별이 고루하고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시간. 시계 읽는 법을 통해서 너무 만연하고 오랫동안 문화가 지속될 경우 자신도 모르게 그 문화를 학습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비약이라고 생각할 여지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쨋든 참여자들은 자신이 시간을 읽는 방법에서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보이는 눈치였다.


이렇게 만연하고 고루한 성차별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게 ‘다다틀틀 다틀다틀’이다. 강의의 핵심 메시지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잘 전달한 것 같은데 뒤이어 이어지는, 질문하기 파트에서 다다틀틀 다틀다틀의 핵심 메시지가 잘 연결되는가 고민이 들었다. 계속해서 핵심 메시지를 반복하고 귀에 박힐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뒤 질문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겠다. 그리고 질문 부분에서 혼자 자문자답하지 말고 참여자의 참여를 유도하자. 시간이 촉박하면 차라리 질문을 줄이자.

그래도 남성에게 질문하기 파트를 넣은 것은 잘한 것 같다. 재밌어하기도 했고 남성 참여자들이 이 문제, 시간이 자신과 영영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노우볼과 수학시험 사례. 다다틀틀을 제대로 못했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를 정리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은유적이라 강의 대상이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좀 더 강의 대상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명료하게 정리해줬으면 더 좋았겠다.


마지막 활동인 성인지감수성 실천하기.

실천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질문하기를 실천해보는 부분인데, 시간 관계상 질문을 만드는 것은 생략하고 당장 어디에,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사실 이 부분이 조금 명료하지 않은 것 같다. 워크시트라도 만들어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 그런데 다소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이제 겨우 수업 하나 들었는데 질문을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 차라리 다시 한 번 강의 내용을 복기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건 어떨까. 모두가 잘 따라왔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총 평>

다다틀틀 강의는 원래 고등 고학년 또는 청년 중 남성 다수를 대상으로 기획했는데 대상에 맞는 강의 기회가 없어서 묵혀두고 있었다. 이번에 일정도 맞지 않아 못할 것 같다가 갑작스레 투입 되었는데, 너무너무 좋은 기회였다. 고등까지는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다만 대상에 있어 ‘남성’을 타겟 하였으나 애초 기대만큼은 참여를 유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앞서 잠깐 하던 고민을 이어가보면, 학교 생활은 여/남이 함께 하더라도 성교육/성평등 교육은 성별 분리로 진행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실 분위기를 여성 참여자가 주도하고 있는 경우에는 강사 입장에서 강의 하기에도 수월하고 남성 참여자가 이를 보면서 학습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드문 경우고, 대부분은 여성 참여자가 위축 되거나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긴다.


강사 입장에서도 수준을 맞추는 게 어렵다. 남성을 대상으로 삼자니 더 많은 것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참여자들에게 미안하고 분위기도 어중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애초 타겟을 남성으로 잘 하지 않다보니 남성 참여자들은 자연스레 이 시간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참여도가 뚝 떨어진다. 그런데 성평등/성교육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필요하지 않나. 아니 그렇게 말하면 너무 성별이분법적이니까. 남성성과 가부장제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타겟팅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니까 당연히 우호적이지 않고 쉬울 수 없는 대상. 그런 대상을 전제하고 교육을 기획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래, 쉬운 건 결코 위대할 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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