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과 5일 청년 기획자 플랫폼 11111에서 성인지감수성 온라인 워크숍을 진행 했다. 개인적으로 기획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언제든 환영인지라 기쁘게 강의를 준비했다.
도입은 이제 좀 안정화 된 것 같다.
참여자와 관계를 형성하고 강의 전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지난 강의시연에서 조언을 얻은 바, 특히 온라인 강의는 시작하고 5분 이내에 참여자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게 좋다고 한다. 온라인 특성상 다같이 읽을 수는 없기에 표지와 약속문은 빠르게 지나가고 간단하게 서로소개를 하며 소통 시간을 가졌다. 이후 강사소개와 목차, 목표에 대해 짧게 안내한다. 계속 이 부분이 너무 불필요하게 길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강의 목표를 굳이 소개해야할까 고민이 들었다. 교육 전공자들 말로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참여자가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목표에 관심이 크게 가지 않을 뿐더러 초반부가 길어지면 강의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타협으로 강의 목표를 간단명료하게 통일해보려고 한다. “교육을 듣기 전과 후, 달라진 지점 한 가지 발견하기” 정도로 제시하면, 참여자에게 미션을 줄 수 있고 거부감이나 지루함도 덜 하지 않을까. 다음 강의에서 활용하고 효과가 어떤지 평가해봐야지.
강의 초반부는 특권과 사회적차별, 성인지감수성 개념에 대한 이해로 시작한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자주 사용하는 시퀀스다. 거부감도 적으면서 왜 성인지감수성이 필요한지, 왜 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동기 부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어서 교육 대상을 고려하여, 기획자에게 왜 성인지감수성이 필요한지 설명한다. 청년세대의 높아지는 성평등 의식을 보여주며 이런 변화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게 좋은 기획자 자질임을 이야기했고 모두들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런 고민 없이 광고, 행사를 기획했다가 망한 수많은 사례들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
성인지감수성을 갖춘 기획자가 되기 위해, 자신의 성인지감수성을 점검했다.
이 부분은 특히 온라인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30분정도 지나면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기 마련인데 딱 그 지점에 한 명씩 돌아가며 성인지감수성을 점검하는 질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한다. 질문 구성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너무 작위적이거나 뻔하지 않게끔,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서 말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다만 앞으로는 질문을 하나씩 공개할 수 있도록 피티를 수정해야겠다. 바로 다음은 행사 등을 기획할 때, 유의해야할 자세, 표현, 태도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사례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여자가/남자가’와 같은 언어사용을 지양하는 것부터 행사다과 준비시, 비건을 고려한 다과 종류 등. 역시 기획자들이라 그런지 이 내용에 많이들 관심갖는 모습을 보였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세 번째 시간에는 성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성평등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개인의 일상이 안전하고 성평등하기 위해서는 혼자 페미니즘 공부하고 성인지감수성이 뛰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가족, 친구들, 마을, 동료가 함께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좋은 도입으로 권김현영 선생님의 차이나는 클라스 ‘n번방을 키운 사회, 끝내는 핵심 포인트☞ 목격자 차이나는 클라스’ 영상을 시청하고 시작한다. 온라인 특성상, 실시간으로 틀면 아무래도 끊기는 경우가 있어, 쉬는 시간을 활용해 영상 링크를 공유했다.
이후 성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 ‘조건’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사회문화적 조건과 구조적 조건이다. 이를 서두에 이야기하는 까닭은, 공동체 구성원 전체와 운영진을 포함한 핵심멤버의 노력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공동체를 구성하고 운영할 때, 이런 지점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상세하게 서술했다. 아무래도 기획자들은 사람을 불러모으고 작당모의하는 경우가 많은지라, 이 지점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사례보고서’를 설명할 때 흥미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이를 작성하고 공유하는 것의 필요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유용한 방법인 것 같다. 플랫폼에 작성법과 함께 양식을 공유해야지.
이어서, 줌 주석작성 기능을 활용해 공동체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표현하며 개입하고 책임질 것인지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상 전체 교육 중 핵심 내용이다. 먼저 간단하게 주석작성 기능을 설명한다. 이때, 모두가 익명으로 주석작성을 할 수 있도록 옵션에서 미리 ‘주석작성자 이름 표시 하지 않음’으로 수정해야 한다. 다들 큰 어려움 없이 주석작성을 따라할 수 있었고 일부 안 되는 사람들은 줌 채팅기능을 활용해 강사 또는 관리자에게 전달하여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미숙한 설명에도 다들 너무 적극적으로 잘 작성해줬다. 전적으로 참여자의 활동이 저조할 때 기획자가 난감해지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들의 동병상련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 이 부분에서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처음에는 “불편한 지점 공유하기” 정도로 했는데, 이게 성인지감수성, 특권과 상관없는 개인의 불편한 감정 정도로 이야기가 오도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참여자의 의견을 반영해, “문제 상황 공유하기”로 수정했다. 이러니 참여자들이 훨씬 정교하게 자신이 느끼는 문제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문제상황 표현법/대처법”을 공유했다. 처음에는 이 내용을 굉장히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이젠 ‘공동체 구성원이 표현하는 경고음을 서로 감지하기 위함’이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훨씬 깔끔하고 전달력이 높아졌다. 세 번째는 동반자의 개입을 이야기한다. 원래 다들 여기에서 어려워하는데 역시 참여자 특성상 여기에서도 좋은 내용이 정말 많이 나왔다. 무엇보다 공동의 해결이 중요하다는 것에 다들 공감해줬다. 마지막은 자신이 문제를 초래한 당사자로 지목 됐을 때 책임을 다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특권과 사회적차별의 특성상 이 지점을 잘 이야기 함으로써, 가해자 처벌에만 그치지 않는, 공동체의 회복적 정의로 이어지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다고 믿는다. 타이밍의 중요성, 일방적인 사과가 해결이 아님을 다들 너무 잘 이야기해줬다.
마무리는 다시금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일상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들로 정리한다. 아무래도 지구가 둥글다는 이야기는 좀 너무 간 것 같다. 다른 예시를 드는 게 적절할 것 같다. 또한 페미니즘이 착한사람 되기에 그치는 게 아닌, 사회구조 변화를 도모하는 사상이자 운동임을 이야기하고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변화해야 함을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워크숍이라고 했지만, 전반적으로 참여형 강의 형태로 구성되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는데, 일단 온라인의 한계라는 변명도 조금 할 수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워크숍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 공동체가 충분히 안전한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앞에 정보를 제공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되도록 참여형으로 만들어서 참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했다. 이번은 확실히 참여자가 너무 우호적이어서 잘 된 게 크다. 특히 온라인에서 참여가 저조할 땐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이다. 물론 그런 경우가 예상되면 참여형으로 잘 안하기도 하겠지만..
여튼 참여자 후기까지 돌아보면서, 이런 교육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정말 좋았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또 다시 코로나로 인해 강의는 사라지고 한동안 사람 만날 일도 없는데, 이번 교육 기억이 또 한동안을 살게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