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성평등 교육활동가의 단상

by Nut Cracker

청년 또래의 성평등 교육 활동가가 드물다고 느껴지는 건,

내 활동과 인간관계의 얄팍함 때문인가. 아님 청년활동 문턱을 서성이던 버릇 때문인가.

강사양성과정, 보수교육과정, 교육활동가 모임, 교육현장 등에서 만나는 청년이 참 드물다. 교육 영역의 전문성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으나, 사실 어디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게 있을까. 게다가 ‘경륜’만이 전문성을 드러내는 유일한 기준이 아니고, 청년은 마냥 미숙한 존재가 아니다.


교육 활동을 하며 스쳐지나간 몇 개의 장면이 떠오른다. 그저 운이 좋아서, 혹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쓰게 웃어 넘겼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돌부리가 되었으리라. 그저 ‘재수없었다’고 넘어가긴 싫고, 돌부리를 캐내자니 뿌리가 깊다. 할 수 있는 건 돌부리를 가리키며 손을 모으는 수밖에.

가장 큰 돌부리는 경제적 안정이다.


이 활동이 좋고 의미있고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강사로 양성은 되었으나 누구도 어떻게 해야 강의를 의뢰받을 수 있는지 이야기해주지 않고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는다. 어느 시인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고 하던데, 불러주지 않는 강사는 대체 무엇이 되는지 알 길이 없다.


이런 하소연을 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청년활동을 하며 생긴 인연 덕에, 또 특히 이 활동영역에서 놓인 유별난 위치 덕에 그나마 다른 활동가에 비해 많이 드러나고 불린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더더욱 비용에 구애 없이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고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면 되도록 다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달도 주말을 포함해 쉬는 날은 한 손에 꼽고 받는 돈은 최저임금에 가깝다. 바쁜 일정에 잘됐다고 하지만 실상은 이번주만 주말까지 예정된 10개의 업무 일정 중에 제대로 돈을 받고 하는 일은 하나 뿐이다. 이렇게 일하며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되는 것 같은 심정은 덤이다. 기대할 수 있는 돌봄도, 부양도, 4대보험도 없다. 써놓고 보니 뭔가 요새 유행하는 청년 자조 시리즈 에세이 제목 같네. 언젠간 저런 제목으로 글을 써 봐야지. 물론 살아남는다면.


이런 불안정에 마주하는 환경이라도 따뜻하면 좋겠으나, 그것도 또 아니다.

강사비, 활동비를 언급도 않는 경우가 ‘여전히’ 너무 많다. 언제쯤 돈이 들어올 지 이야기해주지 않는 곳이 더 많아 그냥 기약 없이 기다린다. 최근 한 성문화센터에서 정말 예외적으로 강사비와 강사비 지급 예정 일정이 적힌 문서에 싸인을 해보았는데, 이것도 가능하구나 싶어 여러 오묘한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계속 돌부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몽돌해변이 모자랄테고, 마냥 자조하거나 악담을 퍼붓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 눈앞에 놓인 돌부리를 그저 넘어가는 게 권장될 수 있는 ‘노하우’로, 그저 딛고 넘어갈 역경으로만 이야기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성평등 교육 활동에 진입을 꿈꾸는 이와 더도말고 덜도말고 교육 내용으로 먼저 고민하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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