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만 세 개 학교에서 디지털성폭력예방교육을 했다. 한 번은 연달아 두 개 반에 강의를 했으니 총 4개 반을 만났고 인원수로 치면 못해도 80명 쯤 되지 않을까?
강의 흐름과 전달도 제법 익숙해졌다.
디지털 공간의 특성, 디성 유형과 구체적 사례를 통한 목격자의 역할을 고민하고 연습하는 시간까지. 한때 "안돼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던 교육의 오명을 씻고 수많은 활동가의 고민과 목소리가 담긴 강의안으로 학교에서 참여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동의를 둘러싼 이야기는 해당 강의안의 꽃이지 싶다. 성폭력의 피/가해를 둘러싼 맥락을 이해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핵심적이다. 어렸을 적 삥뜯긴 경험을 적절한 구현동화로 소개하며 동의가 한순간의 시점에서 그저 yes or no로 이야기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다양한 권력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질문하고 고민해봐야함을 이야기한다.
강의안의 뛰어남과 별개로, 학교라는 공간이, 지금 이 강의 형태가 과연 교육에 적합한가 하는 고민은 계속 남는다. 예컨대 오늘 교육은 컨디션도 좋았고 참여자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20명이 넘게 직사각형으로 나열해 앉은 교실에서 고작 두 차시 80분 수업으로 젠더기반폭력, 젠더위계, 사회적차별과 특권, 혐오표현, 디성카르텔 등등을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 숨가쁘게 달리다 몰아내쉬는 숨이 길다.
교육을 하며 80명을 만났다지만 실제로 이 강의가 마음까지 가닿은 참여자는 몇 명이나 될까? 분명 교육에 눈을 반짝이던 참여자도 있었던 것 같은데, 강의가 끝나고 내심 잘했다 싶어 가벼운 마음,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 왔으나 결국 내 목만 쉰게 잘한 강의일까 싶어 뒷맛이 쓰다.
어떨 때는 교육이 참, 호숫가에 앉아 조약돌을 던져 넣으며 호수가 넘쳐 오르기를 기대하는 마음 같다. 풍덩풍덩 별 의미없어 보이는 짓을 반복하다가도 또 괜히 예쁜 조약돌을 주으면 기분이 좋고 가끔 물수제비도 뜨고.. 참여자들도 별 감흥이 없는 것 같다가도 또 언젠가 내가 했던 이야기가 문득 기억나는 순간이 있겠지. 그렇게 믿으며 오늘도 퐁당퐁당.
참 희노애락이 뚜렷한 일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