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접어들었고 이제 어느 정도 강의 내용은 익숙해져서 강의 참여자의 상황과 상태에 따라 조금씩 변주를 주는 것도 가능해졌다. 심지어 조금 여유도 생겨서 참여자가 짓궂게 장난을 치더라도 능숙하게 받아서 수업과 관련한 내용으로 연관 짓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첫 교시까지는 그렇게 무난하게 진행했다. 중학교 1학년 대상 성평등 교육이었다. 성평등과 관련한 단어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무관심해 하는 참여자에게, 그런 여러분을 위해 왔다고 능청을 부리기도 했다. 기껏해야 80분 남짓의 강의에 내용을 담으면 또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결국 제한된 시간 내에 좋은 인상과 이미지를 남기는 것 역시 강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하여 최대한 진지하고 또 유쾌한 분위기로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
문제는 강의가 중후반부로 지나면서 발생했다.
맨 앞에 앉은 참여자 한 명이 계속해서 장난을 치며 강의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대답하는 것까지는 웃으며 넘길 수 있었지만, 혐오표현을 사용하고 차별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며 방해를 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자꾸 불편해졌다. 주변에 앉은 다른 청소년 참여자도 계속해서 불쾌한 심정을 내비치며 해당 청소년의 발언과 태도를 못마땅해 하는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결국 다른 청소년 참여자들이 해당 참여자의 문제를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그 참여자는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라며 버티고 씩씩댔다. 이번 만큼은 혐오와 폭력에 그냥 넘어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생각하고 해당 참여자에게 더 단호한 목소리와 말투로 폭력적인 언사와 행동을 보이지 말것을 강조해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참여자가 바로 변화 했을까? 사과를 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을 리 만무하고, 그저 나의 고압적인 태도에 우물쭈물하며 당분간만 조용해졌을 뿐이다.
이어서 영상을 보는 사이, 수업에 참관하고 계시던 선생님이 조용히 교실 밖으로 나를 불러내, 해당 청소년 참여자에게 고압적으로 대할 경우 폭발할 수 있으므로 그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수업에 들어가서는 조금 더 비언어적인 태도와 눈빛, 말투, 표정으로 해당 참여자가 기죽지 않도록, 또 폭발하지 않도록 신경쓰며 강의를 진행했다.
어렵사리 강의를 끝내고, 그 참여자는 쫄레쫄레 교탁 앞에 나와 종이를 내밀며 교육참여 태도에 싸인을 요청했다. 아무래도 이전부터 좋지 않은 교육 태도로 주의를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지못해 싸인을 해주며, 너무 고압적인 태도로 대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금 더 친절하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했다. 그 청소년은 싸인을 다 받은 뒤 이해했는지 모를 표정으로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끝나고 나서도 심란함이 가시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했어야 좋을까. 황희 정승처럼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식의 태도 말고, 폭력에는 조금 더 단호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내가 그 청소년 참여자보다 나이가 많고 남성이고 더 많은 발언권을 지녔다는 것으로 그렇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는 게 성평등 교육에서 과연 유효한 가르침이었을까 싶은 후회도 든다. 그러나 그 참여자를 제외한 다른 나머지 참여자의 시간과 교육 기회를 생각하면, 단호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여전히 남는다. 오히려 그 이후에 내가 보여준 모습이 폭력적인 발언권을 가진 참여자에게 절절매는 모습으로 비춰졌다면, 과연 그 교육은 또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시간을 다시 돌려도 대체 어떻게 대응했어야 좋을지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