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교육 활동의 고단함

by Nut Cracker

사소한 일들이 자꾸 쌓여 지친다.

근데 그게 마냥 사소하지만은 않아서 또 고단하다.


애초 일주일도 채 안되는 일정에 갑작스레 강의를 요청할 때부터 불안했다.

하지만 할까? 말까? 할 때는 어지간하면 하는 걸 택하는 인간이고 그래야 먹고 사는 프리랜서기에 군말 없이 강의를 잡았다. 녹화 강의인 것도 아쉬웠지만 그래도 교육을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어떤 강의를 원하는지 구체적인 요청이 없어 전화를 하니 그제야(강의 이틀 전) 강의 요청 자료를 보내주고, 강의 하루를 앞두고는 강사비 책정 기준을 잘못 알려드렸다며 강사료 조정 안내 메일이 왔다. 부랴부랴 강의안을 만들다 멕이 풀린다. 비단 강사비 때문만이 아니라, 이 강의가 얼마나 별 것 아니고 하찮게 여겨지는지 너무 느껴져서.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폭력예방교육은 법정의무교육이고 바쁜 실무자 입장에서는 귀찮고 번거로운 별 것 아닌 업무일 수 있지. 하지만 정말 누군가에겐, 특히 성평등이 절실한 일터의 어떤 참여자에게는 이 교육이 몇 안되는 동앗줄일지 모른다. 관리자가 싼 똥을 애먼 교육 참여자에게 돌릴 수도 없으니 ‘나도 대충 때우고 간다!’는 마인드로 맞대응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런 문제가 대물림되지 않으려면, 그냥 해치우고 마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밥줄이 끊기거나 소귀에 경읽기라 할지라도 담당자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한다. 열심히 발버둥 치다보면 또 의아하다. 교육에서는 성평등하고 안전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말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세계제일 신자유주의자 마냥 파편화되어 활동하는가.


그래도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누더기인지 조각보인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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