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대응 TF 전문위원직, 다른 위원분들과 함께 동반 사퇴했습니다.
또래 페미니스트 동료에게 큰 영향을 준 사건을 꼽으라면 아마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과 혜화역 시위를 촉발케 했던 웹하드 카르텔을 비롯한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뺄 수 없을 겁니다. 강남역 사건이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여성혐오를 보여주었다면 디지털 성폭력 문제는 성차별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젠더기반폭력이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교육을 통해 조금이나마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 공간의 성착취 문제는 계속되었고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역력함을 체감하는 좌절의 연속인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던 때, 법무부 디성TF가 결성되며 서지현 검사님께서 활동 참여를 제안해주셨습니다. 법과 제도의 변화가 얼마나 필요한 지 알기에 이 활동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서지현 검사님이 계시기에 이 위원회가 그저 유명무실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믿고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내부에는 활력이 넘쳤습니다. 바쁠 때에는 일주일에도 몇 번이나 논의하여 각종 권고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11차에 달하는 권고안을 냈고 서른여 개의 법률과 육십여 개의 조문, 제도가 개선을 거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지현 검사님이 갑작스레 복귀통보를 받고 TF를 떠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문위원들의 임기도 여전히 남아있고 제출한 권고안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런 통보가 어떤 메시지인지 너무나도 명확할 따름이라 다른 전문위원 분들과 함께 동반 사퇴를 결의했습니다.
아직 나아가야할 길이 멉니다.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교육의 실효성을 더해야 하고,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과 조력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활개치는 가해자가 응당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합니다. 비록 TF활동은 이렇게 마무리되지만, 앞으로 법무부와 이 정부가 우리사회의 구조적 성차별과 젠더기반폭력 문제에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