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ut Cracker Jun 18. 2022
어린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하고 성교육 현장에는 최소 세 축 정도가 필요하지않나 싶다. 강사, 교사, 양육자. 평소는 너무 분절되어 있어서 서로서로 책임을 떠맡기거나 막연히 의지하는 정도였는데, 오늘 이 세 축이 긴밀히 교감하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제대로 배웠다.
교육은 홍성에 있는 한 학교에서 기획하여 초대받게 됐다. 지나가며 들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동네는 오랫동안 뿌리내린 대안학교와 대안적 삶을 모색하며 귀촌한 사람, 생태에 관심을 갖고 농사 짓는 사람 등이 함께 모여 협동조합, 육아 공동체, 학부모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교육도 학부모 모임(?)이자 교사이신 분들이 기획하여 해당 학교의 초등 5~6학년 대상 성교육과 양육자, 교사 대상 성교육도 따로 진행하도록 구성해주셨다.
그 중에서 나는 초등 5~6학년 남자 어린이와 양육자 중에서도 남성 양육자, 남성 자녀를 양육하는 양육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일단 오늘 꼭 기록하고 싶은 건 바로 양육자 교육 경험. 못해도 최소 10여명의 남성 양육자가 모였다. 이런 그림부터가 너무 생소하면서 귀했다. 그냥 억지로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엄청 열의를 보이며 교육 내용을 받아 적고, 평소 돌봄하며 들었던 고민들을 디테일하게 나누기도 했다. 예컨대 "우리는 여자 어린이를 남자 어린이처럼 키우려고는 하지만, 남자 어린이를 여자 어린이처럼 키우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실제로 과연 자신의 자녀에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고, 디테일한 차원에서 어떻게 자녀와 성과 관련한 말문을 트게 할 것인가를 묻기도 했다. 성교육 말문 트기는 특히 많은 양육자 분들의 고민이었는데, 중요한 건 당장의 어떤 내용보다 평소의 태도가 아닐까 싶다. 오늘 성교육 배웠다고 무작정 이야기를 시작하기보다 성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대단하지도 또 가볍지도 않으면서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 해보기를 권했다. 또 이야기를 강제로 유도하는 게 아니라, 양육자가 언제든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임을 평소에 보여주는 게 중요함을 이야기 했다.
물론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렇다고 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시도해보면 좋은 말 베스트 3 같은 걸 뽑을 자신도 없고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원론적인 이야기로 갈무리했지만 그래도 돌아오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게 그래도 말문을 트기에는 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예컨대 성표현물을 이야기 할때도 "야동 본 적 있어?" 보다는, "나는 언제 처음 야동을 보게 됐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와 같은 식으로 한다면 조금이나마 말문을 트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것도 상황과 맥락이 있어야겠지, 예를 들면 자녀와 같이 드라마, 영화 같은 걸 보다가 애정씬 같은 게 나올때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사실 남성 양육자와 남자 어린이 양육자는 이야기해야할 주제가 너무 달라서 내용을 담고 담고 또 담다가 내용이 너무 넘쳐버렸다. 양육자의 욕구는 성교육에 조금 더 방점이 찍혀있는데 성교육은 내가 부족한 것도 많고 또 나는 성평등에 더 방점이 필요하단 생각도 커서 그걸 조율하는 것도 아쉬웠다. 그리고 이후 남자 어린이 교육 이야기도 또 쓰겠지만, 양육자와 어린이의 고민의 결이 상당히 다르다는 걸 새삼 또 느꼈다. 어린이들은 성과 관련해서 이미 상당 부분 접하고 있고 그걸 희화화하거나 장난치며 놀이문화가 되어가는 수준인데, 여전히 어른들의 고민은, 성표현물을 보는 것 같은데 어쩌지.. 정도.. 많이 뒤쳐져 있지 싶다.
여튼 오늘은 여기까지. 홍성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느라 체력에 한계를 느꼈지만 그래도 두고두고 생각해도 너무 좋고 귀한 시간이었다. 오늘은 발 뻗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