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학교에서 배운 환대와 대안적 삶의 모습

by Nut Cracker

220804~06
간디학교에서 배운 환대와 대안적 삶의 모습

간디학교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게더링> 페미니즘 캠프에 다녀왔다. 간디학교 명성은 이전부터 익히 들었던지라 기대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 좋을줄은 또 몰랐다. 내 상상력이 차마 담아내지 못할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공간이 주는 아늑함과 평화로움에 압도 됐다. 낯도 가리고 낯선 환경을 어려워하는 사람인데다 원고 마감까지 앞두고 있어 출발하기 전부터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불안과 긴장을 다 내려놓을 수 있었다. 거진 백만년만에 청소년들과 함께 몸을 쓰며 공동체 게임을 하고 다양한 나이, 지역, 직업,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페미니즘, 청년활동, 공동체 같은 주제부터 연애, 취미, 취향까지 넘나들며 수다를 떨었다. 근처에는 천년을 살아 온 은행나무와 고즈넉한 절이 있어, 아침에 빗소리를 들으며 걷는게 또 행복이었다. 조금 다른 속도와 시간으로 굴러가는 곳에서 그간 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았을까 하는 마음에 조금 부끄럽고 많이 부러웠다.

사려깊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안전한 분위기와 문화가 좋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서로를 돌보고 아끼던지. 아낌없이 공간을 내어주고 먹을 것을 나누고 서스럼 없이 곁을 채워주는 사람들. 늘 불안하고 외로워하면서도 쉽게 벽을 거두지 못하는 나는 적당히 느슨하고 또 끈끈한 관계들을 보며 가족, 동료 같은 걸 떠올렸다. 크고 작은 서로의 흠과 결을 보듬는 공동체의 감각은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단단히 다져놓았기에 가능한걸까. 그 시간과 다사다난이 경이로울 뿐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공연과 평소 좋아하던 아티스트 분들과 함께한 뒷풀이 자리는 평생 못 잊을 기억이었다. 막상 현장에서는 주접떨면 불편할까싶어 숨기고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꼬리라도 흔들고 싶었다. 그간 내가 강의를 한 건 바로 이 날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참 성공한 덕후였다. 나중에 죽을 때 주마등으로 한 번 더 봐야지.

이루 다 쓸 수 없을만큼, 이렇게 호사를 누려도 되나, 평생 쓸 행운 같은 걸 땡겨쓴 게 아닌가, 싶은 시간이었다. 앞으로의 인생은 애프터 간디, AG 1살로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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