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젠더살롱, 이번 칼럼의 주제는 어머니 입니다!
굳이 대단한 효심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품고 돌본 존재를 향한 존경과 감사는 으레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엄마를 향한 이런 개인의 절절한 마음과 별개로 모성은 늘 숭배와 멸시 사이를 오가곤 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가족을 건드려 난처해진 상황을 의미하는 인터넷 밈, '탈룰라' 역시 그렇고 입에 담을 수 없는 각종 욕에 엄마가 담겨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멸시는 말할 것도 없고 숭배 또한 일종의 타자화의 연장선으로 수많은 양육자에게 짐이 되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모성이라는 신화를 넘어서, 우리는 어떻게 '엄마'아닌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의 여성,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글을 쓰면서, 나부터 좀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써보았습니다! 아래 본문 일부를, 댓글에 원문 링크를 남깁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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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에서 엄마는 '치트키' 같은 존재다. 등장만 하면 눈물 훔칠 손수건은 필수다. 아낌없이 주는 엄마, 집에서는 늘 양보하면서도 밖에서는 강인한 엄마, 지겨운 잔소리마저 그리운 엄마. 굳이 대단한 효심이 아니어도 자신을 품고 돌본 존재를 향한 사랑과 감사는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세간의 믿음과 기대가 마냥 곱게 들리지 않게 된 계기는 바로 함께 놀고 마시던 친구들이 점차 엄마가 되어가면서부터였다.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주는 아빠는 위트 있고 가정적이라 불리지만,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주는 엄마는 게으르고 모진 엄마가 되는 세상이었다. 게다가 어떤 사람은 엄마를 ‘맘충’이라는 사람이 아닌 존재로 부르지 않던가. 친구들의 복잡한 경험과 사정은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너무나 쉽게 사라지고, 모든 고난과 역경은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당연히 감내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곤 했다. 엄마를 멸시하고 또 숭배하는 사회에서 복잡다단한 인간으로 살아가기란 너무 고단해 안 그래도 힘든 엄마 되기에서 미끄러지는 이들이 많았다.
각종 육아예능은 이런 흐름에 부채질을 했다. 귀여운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우곤 했지만, 그 뒤에는 럭셔리한 육아용품과 아름다운 모습만이 있을 뿐, 밀린 살림, 육아의 흔적과 독박육아의 괴로움에 고통받는 모습은 드물었고 간혹 있어도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해소될 일시적 문제일 뿐이었다. 자연분만이, 모유가 좋다는 속없는 얘기들은 돌고 돌아 발달이 더딘, 기침이 잦은 아이의 엄마들에게 죄책감을 안겼다. 예능에서 자격미달의 엄마를 강조할수록, 귀감이 되는 훈육법으로 문제를 고친 어린이가 등장할수록, 애꿎은 친구들의 얼굴에 긴 그늘이 졌다.
... 내가 존경하고 애정해 마지않는 우리 엄마는 대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직장인으로서 우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엄마의 친구들에게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학창시절, 엄마는 어떤 꿈을 꿨을까? 지금의 엄마는 어떤 희로애락을 가지고 살아갈까? 막상 엄마는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모르는 게 참 많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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