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다닌다고 모두가 이상한 건 아니다
나는 늘 죽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한다. 마트가 무너지거나, 그냥 길을 걷다가 차가 돌진하면 어떡하지?, 횡단보도 건너다가 죽으면? (내 집인데도) 집에 누가 있으면 어떡하지, 누가 날 죽이려고 하면 어떡하지 등등 다양한 '죽을 상황(?)'에 대해 걱정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러한 걱정은 누구나 하는 줄 알았다.
2021년 10월, 제주공항. 나는 엄마와 1박 2일 여행 일정을 마치고 저녁 9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는 대구로, 나는 김포로 돌아갈 비행기를 기다렸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공항에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벤치에 앉았다. 공항 식당을 이용할 때부터 조금씩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때부터다. 심장이 요동치고, 숨이 가빠졌다.
"엄마, 화장실 갔다올게"
"엄마, 잠깐 기념품 좀 보고 올게"
"엄마, 에스컬레이터 윗층에 뭐 있는지 보고 올게"
자리에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여기서 죽을 것 같고. 공항 천장이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이곳에 있다가는 모두가 죽을 것 같은데, 왜 다들 태평하지라는 생각도 했다. 울음이 금방이라도 터져 이성을 잃고 엉엉 울어버릴 것 같았다. 혹시 걱정할까봐 엄마에겐 티를 내지 못했다.
화장실에 앉아서 심호흡을 해도 소용없었다. 바깥 공기가 간절했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참자. 우선 엄마 비행기 타는 것 보면 조금 괜찮아 질거다. 그땐 힘들어도 괜찮다' 엄마가 게이트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약간의 긴장이 풀렸다. 그렇다고 나아지지는 않았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빠져나간 후, 괜찮아졌다.
간혹 나는 이러한 경험을 가끔씩 했고, 이때 '아, 내가 사람들 많은 곳에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보다'하고 넘겼다. 그렇지만 이상했던 건, 아주 가끔 경험했던 증상과는 다르게 울음이 터질 것 같고, 이내 스스로 나를 통제할 수 없을 만한 행동을 할 것 같았다.
꼭 사람이 많다고 이런 증상이 오는 건 아니다. 이유없이 갑자기 버스 안에서, 길을 걷다가, 회사에 있다가, 숨쉬기 힘들고 가슴이 답답해오면서 죽을 것 같은 공포심과 함께 살았다.
어떤 날은 가슴을 치며 울기도 했고, 어떤 날은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 땐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했고, 남들에겐 그저 밝고 에너지 있는 사람이지만,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누워서 울다 잠드는 날도 많았다.
내 몸이 보내는 어떤 신호인 줄도 모른체 내가 겁쟁이여서, 내가 쫄보여서, 늘 걱정이 많아서 그런 줄 알았다. 내 마음 안에 엉켜 있는 실타래를 못 본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