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에 사는 최대리

상사의 표현방법

by 최꽃봄

휴일의 여운이 남은 무거운 월요일 아침이었다. 금요일 아침과 월요일 아침의 공기는 확연히 다르다. 일주일의 시작은 조금 결핍하다.


무거운 아침의 공기를 깨는 것은 팀장님의 몇 마디였다. 그의 몇 마디로 분위기는 더욱 굳기 일수였지만 말이다. 그날도 그랬다. 주말 간 속초 여행을 다녀온 팀장님께서 내가 사는 동네를 지나친 모양이었다.


“강변북로 타고 한~~ 참 달리다 보니 아파트가 빽빼헤엑하대. 하.. 최대리는 그 닭장 같은 곳에서 어떻게 다니나? 숨이 콱 막히더라. “


최대리의 [상사말 여과기]는 바쁘게 작동했다. ‘그 먼 곳에서 매일 출퇴근하느라 고생이겠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봐도 분명 이런 응원의 메시지였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생기를 잃은 월요일 아침에 닭장에 사는 최대리를 쩌렁거릴 필요가 없다.


정말이지 먼 길을 달려 출근을 해왔다. 마땅히 이용할 수 있는 전철이 없어 빨간 버스를 타는데, 특히나 월요일엔 정체가 심해 조금 더 일찍 나온다는 것이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게 무슨 특별한 일이라고. 서울에 출퇴근하는 80%의 회사원들이 이리 치열하게 살고 있다. 새벽닭이 되어, 가족이 깰세라 꼬끼오! 한번 외치지 못하고 조용히 닭장을 나선다.


따뜻한 말은 낯간지러워서였을까. 절대적 위엄을 지키고 싶어서였을까. 나였다면 어땠을까. 꼭 해야 했다면, 채 거르지 못한 그 말을 예쁘게 다듬어 위로해 주었을 텐데.


새벽닭 꼬끼오 최대리는 억지로 웃으며 그 농담 아닌 농담을 밀어 넘겼다. 그리고 동정했다. 팀원들 모두가 그의 표현방법을 거북해한다. 팀장님이 사담을 하면 할수록 그와의 거리는 멀어졌고, 그 틈에는 소통의 장벽이 쌓여만 갔다. 그 장벽을 허물고자 ‘닭장’이 튀어나온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악순환이다. 농담 끝에 멋쩍게 웃는 걸 보면, 그도 노력했음을 알게 된다.


그 후로 나는 그를 미워하는 대신 동정하기로 했다. 나에겐 너무나도 쉬운 따뜻한 몇 마디가, 후배들의 존경을 살 수 있는 그 간단한 습관이, 그에게는 수행 불가한 미션이니 얼마나 불쌍한가.


이 [박애주의 생각회로]가 완성되는 데 8년이 걸렸다. 아이를 낳게 된 것이 결정적 계기겠다. 아이를 낳고 길가의 들꽃도 예뻐하는 찐 박애주의와는 달리, 이 생각회로는 포기를 전제하고 있다. 포기가 거듭되며 마음은 가벼워졌지만, 회사생활은 점점 잿빛이 되어가고 있었다. 예전엔 술자리만 기다리며 꼬끼오 울어나 볼까 했는데, 이젠 그저 흘려보내기로 했다.

이때부터 어렴풋이 퇴사를 생각했던 것 같다.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수행한다고, 주말을 반납하고 낸 성과로 바뀌지 않을 것들을, 하나하나 초연히 마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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