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왜?

말단 대리의 꼰대 입문기

by 최꽃봄

신입으로 들어온 그놈은 업무시간에는 사고 치느라 바빴고, 다섯 시 반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퇴근하였다. 퇴근 후에 밀려드는 업무는 내 몫이었다.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별 수 없었다. 퇴근시간에 업무를 점검하는 상사가 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꼰대로 정의되지 않기 위하여 나름대로 애를 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놈이 고민이 있다며 면담신청을 해왔다.


- 법적 근로시간은 8시간인데, 매일 30분씩 더 근무하고 있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됩니다.


드디어 발화점에 다다랐다. 어쩌면 나는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 업무를 전가하고 퇴근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날 선 물음이었다.


-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않나요..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투자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맞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은 답을 했다.


-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건 누구지? 회사인가? 나 아닌가?

이 물음에는 대답이 없었다.


- 근로계약서를 잘 읽어보면, 포괄임금에 대한 사항이 있을 거야. 이의제기가 필요하면 먼저 확인해 보고 인사팀에 제기해.

맙소사. 내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얼마지 않았지만, 내가 판단한 그놈은 똑똑한 직원이었다.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고, 하나를 설명하면 적어도 하나는 알아먹었다. 단순히 손에 익지 않아 밀리는 업무에 대해서는 최대한 너그러이 대하고자 했다. 그래서 다 내가 하고 있지 않았던가!

회사가 적십자라도 되는 줄 아나, 목전까지 튀어나온 말을 힘겹게 삼켰다. 하지만 어딘가 격렬히 찜찜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퇴근하는 그놈을 보내고, 혼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이의에는 틀린 근거가 없었다. 회사와 근로자는 철저한 계약관계에 있다. 법정 근로시간이 8시간이라면, 근로자는 8시간 동안 노예가 되어야 한다. 그 순수하고 당연한 물음에 왜 내가 화가 났던 건지... 내가 포괄임금제를 운운하다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회사’는 누구일까. 경영진? 인사팀? 부서장?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저놈이 정의하는 회사의 실체는 잠시 최대리였을 것이다. 내가 그리도 질려했던, 비난해 왔던, 그 실체 없는 실체말이다.


MZ이니, 꼰대이니, 그저 밥벌이하기에 바쁜 팍팍한 현대인을 우스갯소리로 분류하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놈은 MZ였고, 나는 꼰대였다.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날 세워 비판해야 했던 상대는 그 친구가 아니라 실체 없는 회사였을 테다.


까마득한 퇴근길, 버스 창문에 기대앉았다. 반짝이는 한강이 마스크를 뚫고 나온 한숨으로 흐릿해졌다. 내가 경멸해 오던 종류의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내가 뱉은 말을 곱씹을수록 수치스러웠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행복하지 않다. 서리 낀 창문은 내가 버스를 내릴 때까지 계속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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