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꽃봄 Apr 22. 2024

가장, 가장.

아빠가 아이를 키우는 집


 - 지우집은 왜 엄마가 회사에 가요?


   자고 일어나면 엄마는 언젠가 사라지고 없고, 아빠가 아침밥을 하고 있는 곳, 우리 집이다.

   오후 4시, 아이 하원에 북적이는 어린이집 앞, 엄마들 사이에서 긴 목을 쭉 빼고 딸을 찾는 남자, 지우 아빠이자 나의 동반자이다.


   어쩌다 한번 내가 하원을 하러 가는 길이면, 지우 친구들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이다. 놀이터의 피리 부는 사나이 지우아빠가 오지 않아서이다. 지우는 타고난 복으로 아빠 손에서 크고 있는 몇 안 되는 아이 중 하나이다.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갓 걸음마를 뗀 아가를 어린이집에 욱여넣고 출근을 하고, 가끔 울리는 알림장 어플 알람에 섬짓섬짓 놀라고, 등하원을 도와주신 시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퇴근하고 나서는 다음날 아이의 먹을 반찬을 하다 아이와 같이 쓰러져 잠드는 일상을 반복하다,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진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이직한 직장에서의 일이 도통 적성에 맞질 않았고, 이번에도 또라이 총량의 법칙을 벗어날 일이 없는 조직에 막강한 또라이를 만나 늘 초췌한 얼굴로 퇴근하였다. 지우가 기다리고 기다리다 까만 저녁 만난 엄마는 혈색이 없고, 아빠는 울상이었다.


   나는 엄마로서도 사회에서 중심을 잘 잡고 싶었다. 진은 지우를 마음껏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2년전 이맘때 결심했다. 지우는 사랑이 많은 아이로 잘 자랐다. 가끔, 아니 자주 엄마가 자고 일어났을 때도 지우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엄마 마음을 후벼 팔 때가 있지만 말이다.


   지난 주말, 아빠와 산책을 하고 온 지우 손에 꽃 몇 송이가 쥐어져 있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라 꺾어왔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꽃은 지우를 닮아서, 꺾이면 마음이 아프다며 꽃을 꺾지 말기를 당부했지만, 분명 마음속에 지고 있던 행복이 폈다.


   우리는 앞으로도 특별할 것도 없지만 평범하지도 않은 각자의 이 역할을 계속해서 잘 해낼 생각이다. 늘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행복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찾아나가며.

이전 08화 가지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