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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HRD 역할에 관하여

by MZ세대 인사팀장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퇴사 면담에서 자주 드리는 질문입니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연간 교육비 사용 현황, 수료율 같은 수치로는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 실감’을 확인하기 어렵기에, 저는 이 질문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고 싶었습니다.


퇴사자의 91.9%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려운 프로젝트를 리딩했을 때요.”
“낯선 과제를 맡아 고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우리는 개인별로 연간 100~300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고, 다양한 러닝 플랫폼과 콘텐츠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용률은 7%에 불과했고, 구성원들의 체감 성장 또한 교육보다 ‘업무 경험’에서 비롯되고 있었습니다.


Josh Bersin은 이를 두고 “Learning in the Flow of Work”, 즉 ‘업무의 흐름 속에서의 학습’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필요한 순간에 곧바로 배우는 방식이야말로 진짜 변화를 만든다고 말이죠.


중요한 것은 많이 아는 것보다, 제때 배우는 것,
그리고 교육 그 자체보다, 성과와 연결된 경험이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희 HR팀도 질문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가르칠까?”에서 “어떤 경험을 설계할까?”로. 그리고 이 변화는 곧 HR의 역할 전환으로 이어졌습니다. 단순한 교육 기획자에서, 성장 경험의 설계자로.


이를 위해 진행한 몇 가지 사례를 공유드리자면,
외부 개발자와의 교류를 희망하는 요청에는 ‘Tech Day’를 기획해 다른 기업과의 공동 밋업을 만들었고, 고객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듣고 싶다는 니즈에는 고객사 탐방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또한, 구성원의 자발적 도전을 장려하기 위해 ‘사내창업가 육성 제도’를 만들어 소규모 MVP 실험을 가능하게 했고, 성과가 미흡했던 프로젝트는 조용히 덮기보다는 전사 회고 세션을 통해 실패 또한 조직의 학습 자산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 저희는 하나의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장은 설계될 수 있으며, HR은 그 경험을 촘촘히 설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교육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성장이 일어나는 ‘순간’이 중요하며, 그 순간은 ‘일’ 속에, 그리고 ‘현장’ 속에 존재합니다.


이제 HR의 역할은 그 순간을 발견하고, 연결하고, 증폭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구성원의 성장, 나아가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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