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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봄 Oct 22. 2016

진짜 마지막 "마지막 편지"

결국 비참하게 울다 잠드는  외에는 아무것도 다는 그래서 그러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 이별노래를 틀고 우리 사진이 가득한 드라이브에 들어갔어이별이 확고해진 이후로  번쯤은 그냥 죽을 것처럼 아파야   같았어대신   번만 말이야 켠에 치워두고 애써 외면해둔 감정을 그대로 바라보고 싶었어그게 지독하게 아픈 과정일지라도 말이야.

지난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드라이브를 들춰보니까 역시나 쓸데없이 생생한 추억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 어떤 대목에서는 숨이 멎을 만치 아팠어. 3년, 4년 전 우리가 한 약속은 물론 더 이상 유효하지 않지. 우린 스스로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 부끄럽지만 - 잊었을지 몰라. 지난 시간에 멈춰있는 나(오빠)의 약속과 그것을 우습게도 빗겨나간 우리의 행동들을 직면하면서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었어. 한편으로는 지난 우리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마음이 휑했어.

난 우리의 이별을 여러 번 생각해봤고 - 헤어지겠노라고 감히 확신한 적은 한 순간도 없지만 - 그런 일이 일어나도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막상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내 마음 속에 번지는 두려움은 내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이었어. 혼자가 되는 것도 두려웠고, 내 중심에 너무 깊숙이 뿌리 박힌 오빠를 지워내는 것도 두려웠어. 마치 내 팔 한 쪽을 잘라내는 것처럼 두려웠어. 그 동안 내가 오빠에게 저지른 멍청한 실수를 적나라하게 바라보는 것도 두려웠고, 그래서 내가 스스로에게 바보천치처럼 생각되는 것도 두려웠어. 내가 두려워했던 모든 일은 결국 현실이 되었어. 오빠를 잃는 건 엄마를 잃는 것처럼 말이야, 몇 천 번을 상상하더라도 막상 실제로 일어나기 전까지는 절대 그 기분을 알 수 없는 일이었던 거야.

난 오빠에게 누구보다 좋은 양분이고 싶었는데, 이 마음은 늘 한결 같았는데, 어떤 때에는 기생충처럼 굴었나 봐. 본심이 아닌 날카로운 말을 하고, 끊임없이 칭얼대고, 있는 그대로의 오빠를 인정해주지 못한 협소한 마음을 보니까 스스로가 신물이 났어. 난 내가 그것보다 잘하고 있는 줄 알았거든. 주어진 것보다 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말한 것 같아 후회되고 스스로가 너무 미워.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보면 오빠가 뭐라고 나를 달래주었을지 안 봐도 너무나 잘 알아. 그 말들을 듣지도 않고 나는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어. 그리고 그 말들이 참 포근하고 익숙한 엄마 품 같아. 하지만 그런 것은 이제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니까 그래서 또 슬퍼.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신호등을 지나고 이름 모르는 사람들을 뚫고 달리면서 오빠가 생각나. 오빠는 밖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안에서 생각나는 사람이야. 순대국을 먹어야, 다른 친구에게 소식을 들어야, 특별한 날짜가 되어야 생각나는 사람이 아니고 일상 속에서 불현듯 마음 깊은 곳부터 고개를 드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은 내게 정말 조금밖에 없어.

나는 다만 아쉽고 안타까워. 내 모습이 안타까운 만큼 오빠도 안타깝고, '우리'가 안타까워. 우리가 헤어진 건 마치 오랫동안 가장 아끼던 귀고리 한 짝을 잃어버린 느낌이야. 길에서 잃어버린 작은 귀고리는 언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도 알 수 없고, 아쉬워해도 소용이 없어. 그냥 그렇게 된 거야.


오랜 시간과 함께 켜켜이 쌓인 추억 속에 그대로 살아 숨쉬는 오빠의 얼굴과 표정, 목소리, 특유의 엉뚱함과 내가 정말 좋아하던 오빠만의 재치를 마주하니까 꼭 그때와 똑같은 감촉의 웃음이 났어. 그리고 그걸 외면하고 지워내는 게 내가 노력할 방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우리가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지낼지, 내 인생이 다시금 오빠의 것과 만날지 (예전처럼 엮이진 않더라도) 혹은 영영 만나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빠를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할 거야.

세월 앞에 내 기억도, 추억도 결국은 흐려지겠지만, 빛 바랜 대로 오빠를 기억할거야. 오늘 오빠가 무얼 느꼈는지, 
이번 주 오빠에게 어떤 중요한 일이 있는지, 올해 오빠가 어디에 사는지, 지난 몇 년 누구와 가깝게 지내는지 나는 영영 모르는 채 지내야 할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 속에는 항상 오빠를 향한 사랑이 있을 거야. 늘 진심으로 사랑하고 응원할게, 늘.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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