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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Oct 02. 2023

기적을 선물한 적이 있나요?

고개를 돌려보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저.. 괜찮으시다면 선생님. 제가 악수 한번 청해도 될까요?

진짜 너무 멋있으세요. 흔쾌히 후원 등록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새로운 단체에 다섯번째의 후원등록을 하고 돌아 나서는데 딸 나이쯤 되어 보였던 청년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 아이고.. 뭐 이런.. 아.. 네.. 수고 많으시네요. 제가 더 감사하네요.  감사합니다.



기적을 선물하는 캠페인에 참여한 경험 있으신가요?


거리에서 후원캠페인을 하는 사람들에게 늘 눈길이 간다. 내가 직접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할 방법은 기부뿐이다. 적은 금액기부하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길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대체로 끝까지 들어주고 후원하고 있는 곳과 같은 기관이 아니라면 후원을 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다섯 개 단체에 약간의 성의를 담아 후원을 하고 있다.

 

한때 봉사활동가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현실의 삶과 이상적 삶 사이의 방황의 끝은 현실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이었지만 뭔가 마음이 헛헛한 것은 개인적 성취, 경제적인 안정, 물질적 소비에서는 완벽한 뿌듯함을 느끼지 못하는 성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활동을 못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더 큰 기여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삶의 마지막은 독지가의 삶도 너무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큰 부를 축적하지 못했고 고향에 계신 내 부모님과 가족들이 먹고 싶은 거 먹고 추운 데서 자지 않고 아주 가끔 여행을 갈 수 있는 정도의 삶을 꾸려가는 중이다.

 

그래서 개인의 행복과 안정을 유지하는 것 외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아주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기부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중이다. 너무 미약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이유.  이승기. 김연아처럼 큰 금액을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고등학교 시절에 한국 RCY(Red Cross Youth, 적십자 청소년 연맹) 활동을 했었다. 주말에 책가방을 둘러메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집에서는 집중이 안되잖아요.'라고 말하면서 도시락까지 야무지게 챙겨서는  고향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이나 남포동으로 나간다. 


활동지는 주로 대형서점이나 극장 앞이다. 적십자연맹소속의 청소년들에게 부여된 일은 헌혈 홍보와 헌혈 유도이다. 그래서 주로 건강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캠페인을 펼친다.  "헌혈하세요. 헌혈하면 건강에 좋아요. 헌혈로 이웃들을 도울 수 있어요"  의학적으로 건강에 좋은지 안 좋은지는 알지도 못하면서 헌혈을 홍보했다. 


하루종일 입 아프고 다리 아프게 홍보해도 진짜 헌혈차량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 당시에 봉사활동 점수가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으니 진짜로 순수한 마음으로 헌혈을 독려하는 캠페인에 참여한 것이다.  소속이 소속인만큼 정기적으로 헌혈도 했다.


몸에 있던 혈액이 빠져나갔으니 내 몸이 빠져나간 혈액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엄청 애쓰면서 새로운 혈액을 마구 만들어 줄 거라 믿었다. 솔직히 의학적으로 어떤 순리에 의해 혈액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 내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아주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 적십자 연맹에서 표창을 받았는데 졸업식에 참석하신 부모님께서 학교 가서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무슨 엉뚱한 일을 하고 다닌 거냐고 당황해하셨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은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라 했다. 재능이 많은 사람은 재능을 기부하고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기부하고 시간이 많은 사람은 시간을 기부한다. 어떤 형식으로든 타인에게 선의를 베푸는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


 글을 쓰는 것도 타인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거나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도움을 준다. 그래서 글쓰기도 자기 계발인 동시에 기부도 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글을 통해 돈을 벌게 되면 그 돈은 다 기부할 생각이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다. 내 인사이트가 넓어져서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거제도 바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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