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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Sep 25. 2023

알라의 신전에서 불청객이 되었다

#3. 보광동 사람들_더러운 손으로 쿠란에 손대지 말라.

이슬람교 서울 성원의 예배실에 들어가서 쿠란을 넘기다가 정중히 퇴장을 권유받았다.

쿠란은 깨끗한 곳에서 손을 씻고 단정한 자세로 보아야 한다. 방문객을 위한 쿠란은 별도로 번역본이 비치되어 있으니 보고 싶으면 나가서 다른 곳에 있는 것을 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임 쏘오 쏘리'라고 정중히 말하고 예배당을 나왔다.


  날의 작은 도발 이후이슬람 성원에 대해 궁금한 것은 더 이상 없다. 지식을 탐닉하는 편은 아닌데 경험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으면 꼭 한 번은 해 보아야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메카로 향하는 길 그 후 알라의 신전에서 불청객이 되었던 그날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하늘이 너무 맑고 높고 푸르렀다. 우리 동네에서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 이슬람 성원을 다시 찾았다. 

관광을 온 듯 보이는 가족들이 성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단체 가족사진을 위해 셔터를 10번 정도 눌러주고 잠시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터키 남자와 결혼한 딸이 서울에 살고 있어서 부모님이 딸의 가족을 만나러 온 것이라 했다. 딸은 터키 남자와 결혼하면서 이슬람교인이 되었다고 했다. 딸은 터키어와 한국어를 할 줄 아는데 사위와 손주들은 한국어를 몰라서 그냥 손짓, 눈빛으로 대화를 한다고 했다. 바디랭귀지는 어딜 가나 힘이 세다. 사위도 한국어를 배우면 참 좋을 텐데 속으로 생각해 본다.

밝은 하늘 아래의 서울성원

예배가 없는 시간이라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성원의 이곳저곳을 내 집처럼 꼼꼼히 다시 돌아본 후 예배실 앞에 섰다.

지난번 방문에서 '예배실은 이슬람 신자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면서 아쉬워하며 뒤돌아 섰었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이상하게 더 해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또 머리를 치켜든다. 이번에는 들어가 볼 수 있을까 싶어 문 앞을 서성이는데 예배가 없는 날에는 안에 들어가서 잠시 보는 것은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역시,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런 기회를 주는구나 싶어서 조심조심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서울 성원 내 예배실의 출입문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빨리 돌아보고 사진을 찍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셔터를 눌렀다. 커다란 여섯 개의 기둥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고, 중앙에는 하늘빛이 들어오게 되어 있다.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그 빛을 받아 내부에 전등이 없어도 밝다. 예배실 내부가 밝고 넓어서 좋다. 분명 유일신으로 하나님을 믿는 종교인데 그 흔한 십자가 하나기 보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예배실 제일 앞에는 '이맘'이 예배를 진행하는 자리가 있다. 기독교와 천주교는 공식적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거친 목사와 신부가 있지만,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공식적인 사제가 없다. 유대교에서는 랍비, 이슬람교에서는 이맘이고 불린다.  교리를 더 많이 공부한 사람에 의해 예배가 이루어진다.  

서울 성원 예배실 내부

다른 종교시설은 문이 활짝 열려있고 누구나 둘러볼 수 있는데  '신자가 아니면 출입하지 마세요'라고 벽을 친 곳에 잠시 허가받고 머물러 있으니 마음이 불편했다. 이쁜 분야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마지막으로 쿠란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만 확인하고 나와야지 생각하고 각 기둥별로 쿠란이 꽂아져 있기에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무례하게 개념 없이..

오른쪽으로 넘기는 건지 왼쪽으로 넘기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이 책은 보통의 책과는 달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게 되어 있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씨가 예쁘고 테두리도 예쁘고 그냥 예쁜 책이었다. 읽지도 못하면서 그냥 넘기고 있었다.


낯선 남자의 어눌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저기.. 죄송합니다... 쿠란, 보면 안 돼요..'

친절한 미소를 짓고 큰 눈을 깜빡이면서 하얀색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아랍 아저씨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놀라서 벌떡 일어서면서 '아임 쏘 쏘리'를 내뱉었다

그 아저씨가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oh!, you can speak english'라고 하며 내손에 들린 쿠란을 가져가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영어로..

'아니 아임쏘리 했다고 영어 할 줄 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우다다다 말을 쏟아내면 어쩌란 말입니까? 녹음을 할 수도 없고..'

쿠란

쿠란은 더러운 손으로 만지면 안 됩니다. 내가 손을 씻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티하다니..

그분의 설명은 이러하였다. 예배실에 계시는 것은 괜찮으나 쿠란을 보는 것은 안됩니다. 쿠란은 신성한 책이므로 무슬림들도 손을 깨끗하게 씻고 몸을 정갈히 하고 읽는 것입니다. 방문객용 샘플은 아래층에 있으니 궁금하면 거기서 보시면 됩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연신 오케이, 아임 쏘리를 내뱉으면서 예배실을 나왔다.


내가 설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지식백과사전을 확인해 보았다. '무슬림들은 쿠란을 거의 암송하고 있고, 예배는 반드시 아랍어로 진행된다. 쿠란을 만질 때에도 깨끗한 곳에서 손을 씻고 단정한 자세로 책을 봐야 한다. 하지만 번역서나 주해서는 쿠란이 아니므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라고 쓰여 있다.


아... 무슬림의 세계는 참 어렵고 힘들구나. 

규율이 엄격하고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쓰는 이 생소한 종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무슬림으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이 많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예배실에서 나오는 길에 히잡을 쓴 여자아이들이 하늘을 보며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벤치에 줄지어 앉아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이 종교 안에서 평안하기를 바라본다.


두 번의 성원 방문은 통해 조금은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깉다. 여전히 나는 순례 교이다..

히잡을 쓴 여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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