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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Jun 01. 2024

여자가 군대에 왜 왔냐고 묻는다면?

밀리터리 시크릿 02

이번 주에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져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해 망설였습니다. 브런치 에세이스트로서 연재를 약속했기에 이 글을 발행합니다.




나와 다르다는 것으로 차별하지 말라고 배웠. 남자,여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더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더 인정받고 능력을 펼쳐나가는 것이 좋은 세상이라고 배웠다. 개인으로서 ''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했던 그 시절에도 부모님은 세살 아래 남동생 보다 첫번째 딸인 나에게 더 깊은 애정을 표현해 주셨고, 아끼셨으며, 동생이 힘으로 누나를 누르거나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엄하게 가르치셨다.      


남녀유별을 유달리 강조했던 유교 사상이 우리나라의 이데올로기였던 탓에 남자가 목소리가 크고 기가 세면 장군감이라 하고, 여자가 목소리가 크고 기가 세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들이 많았다.  건 내가 상관할 바 아니었고 단 한번도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한계를 가진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군대에 와서 세상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가?라는 의문섞인 눈초리

여자가!라는 놀라움을 담은 말투

여자가~라는 깊은 한숨을 담은 말투

     

여자가 왜! 쓸데없이! 안 와도 되는 군대에 와서 귀찮게 하는거지!

여군이 있어서 신경쓰여.

여자는 그냥 비서나 하지 야전부대에 왜 배치하는거지?

여자는 그냥 결혼해서 애 낳고 집에서 편하게 살면 되지. 군대는 뭣하러 와서  힘들게 살지?

여자가! 여자는! 여군은! 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야 했다.


무차별적인 언어폭력, 인격모독, 가스라이팅이었다.


'나는 안 와도 되는 군대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존재인 것인가?‘이런 생각에 괴로웠다.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여자가!'서 나는 다르다는 걸 증명해 내기 위해 노력했다.'그래,당신들 말대로 나는 안 와도 되는 군대를 와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고 일도 잘 하고 있잖다. 꼭 와야만 하기 때문에 어쩔  없이 왔다고 한탄만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살고 있으니 그 끝도 더 찬란할거야. 힘들어도 견뎌야 해."


존재를 부정 당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살아야 한다는것은 참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다. 내가 선택한 길 위에 여자라는 내 성별이 장애물이 되고있으니 성 전환 수술을 할 수도 없고, 여자도 군대에 필요하고, 군대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것을 증명할 수 밖에 없었다. 차별의 에 내가 상처받고 있다고 단 한번도 말하지 못했고 당당하게 내 의사를 밝히고 대응하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까? 군대를 바라보는 마음은 사랑과 증오가 뒤섞여 있다.     


우리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존재라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다르다는 것 자체로 배척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선천적으로 다르게 태어났고, 또 후천적으로 겪은 사회적 영향으로 모두 다르게 성장한다. 특히, 뼈와 근육의 성장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에 힘을 쓰는 부분에서 남자들이 동일 연령의 일반 여자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DNA의 힘이다.


그런 신체적 조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군대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지 벌써 70년이 훌쩍 지났다. 군대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힘이 필요한 부문도 있지만 전략과 전술로 싸우는 것이지 힘으로만 싸우는 것이 아니다. 특히 간부의 업무영역 중 장교의 영역은 두뇌의 힘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70여년 동안 어려운 가운데서도 여성의 비율은 조금씩 증가해 왔다.


1950년 여자 의용군 교육대 창설

1955년 여군 훈련소 창설

1970년 여군단 창설

1990년 여군단을 여군학교로 전환

1997년 공군사관학교 여생도 모집

1998년 육군사관학교 여생도 입학

1999년 해군사관학교 여생도 입학

2002년 여군학교 폐지

2010년 ROTC 여후보생 모집

2015년 3사관학교 여생도 모집


여군은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전투원으로 처음으로 그 역사가 시작되었고,간호,정훈,전화교환 등의 일을 하다가 지금은 해군 잠수함 병과를 제외하고 보병,포병,기갑,공병,통신,조종, 항해등의 전투병과와 정훈,재정,보급,수송,병기,법무,간호,의무행정 등 모든 병과에 여군을 배치하고있다.


여군은 모두 간부로 구성되며  숫자는 전체 간부의 약 8%수준이다. 남자 간부들과 똑같은 교육 과정을 거쳐서 야전부대로 배치되고 있다. 물론, 일반 전투원으로서 여성이 적합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남성과 여성 차이없이 국민 모두가 의무복무를 하는 이스라엘이나 모병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있다.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군에서 여성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4년에 우리가 여자가 군대에 와도 되느냐 마느냐를 논한다면 이건 시대착오적인 논쟁이 될 것이다.우리는어떻게 하면 우수한 인재를 뽑아서 전 세계 어떤 나라의 군인들과도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있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너는 왜 군대에 왔니?

많이 힘들텐데?

괜찮습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래. 굳게 각오하고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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