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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Jun 22. 2024

꼰대가 되지 않을 결심

밀리터리 시크릿 05

세상이 무섭게 변화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이제 너무 오래된 이야기이다. 1년? 6개월? 한 달?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내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내가 가장 어리고 직위도 낮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장교는 시작과 동시에 하위 계급자가 있고 지시를 받기도 하지만 지시를 하기도 하고, 내가 만든 문서 한 장이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참 어려운 위치이다.


그래서 젊은 꼰대라는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이 많다. 주로 병사들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된다. 사실 병사들 입장에서는 나이도 비슷한데 항상 통제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가까이하기도 어렵고, 괜히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으로 인식되기가 쉽다. 친분관계를 맺고 가까이 가 보려고 애쓰다 보면 꼭 해야 할 일을 할 때 말에 권위가 서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고작 나이 23살 24살의 초급 간부들이 말의 권위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선생님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학생과 선생님이라는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와 갈등도 많다고 들었다. 진짜 어린아이들한테 무시당하면 기분이 매우 안 좋을 것 같다.)


간부는 꼰대가 되지 않으면서 권위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어려운 과정을 잘 겪어내야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런 관계를 잘 극복할 자신이 없다면 첫 사회생활부터 하위조직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몇 년간은 내가 조직의 제일 막내로서 배우기만 하면 되는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젊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떤 것이 꼰대인지 좀 정확하게 알아야 하지 않을까?


꼰대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국어사전에 등록된 명사이다. 꼰대란 학생들이 은어로 선생님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그 의미가 확장되고 변형되어서 연령대와 관계없이 권위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 되었다.라고 쓰여 있다.


사실 권위라는 단어는 아주 멋진 단어이다. 권위는 국가에 의해서 혹은 어떤 분야의 학문적 지식이나 명성에 의해서 힘이 행사되는 권리를 의미한다. 권위는 제도, 이념, 인격, 지위 등이 그 가치의 우위성을 공인시키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나 위신을 뜻한다.


권위가 있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도파민이 솟아오르는 것 같다.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콩쿠르에서 상을 수상하는 것은 음악 하는 사람들의 꿈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스포츠 하는 사람들의 꿈이며, 고위공직자가 되는 것은 공무원의 꿈이고, 기업의 이사가 되는 것은 직장인들의 꿈이다. 석학, 마스터로 칭송받는 것은 예술가들의 꿈이다. 각 분야에서 권위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황홀한 일이다. 그러니 권위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은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인데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가 평등이다. 그런데 이 평등의 잣대를 노력의 결과에 갖다 대면 절대 안 된다. 권위라는 것은 적어도 치열한 노력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므로 그것이 돈, 지위, 권력, 명성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물론, 아주 인격장애자인 경우는 굳이 존중 존경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 


미군과 함께 근무할 때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이 있는데 첫 번째 주차공간, 두 번째는 호칭, 세 번째 임석상관에 대한 예의이다. 어느 부대를 가든 출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지휘관과 주요 직위자들의 주차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비어있다고 해도 아무도 그곳에 주차하지 않는다. 그리고 통역장교들이 통역을 하면서 상위계급자를 she, he라고 말하면 no. cpt park이라고 수정한다. 회식이라는 것도 부대 행사로 인식해서 임석상관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용무를 보기 위해 자리를 일어날 때 양해를 구하고 일어난다.


우리 군은 인권과 평등 권위주의 타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지휘관 전용 주차공간은 없어진 지 오래되었고, 회식을 할 때에도 흡연, 화장실 이용 등은 자유롭게 다녀오는데 좀 구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외에도 상위계급자에 대한 권위는 날카롭게 살아있는 것을 여러 가지 상황에서 많이 목격했다. 


업무를 때는 굉장히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고 개인생활 여건도 보장해 주지만 지켜야 선을 서로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었다병사들도 자유롭게 핸드폰 보고 쉬고 있다가도 상급자를 보면 벌떡 일어나서 경례를 하고 다시 자연스럽게 자기 일을 한다. 계층이 다르면 같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일도 하지 않는다. 계급 간에는 연애와 결혼도 금한다. 만약 부사관과 장교가 결혼을 해야 만 한다면 한 명은 그만두어야 한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지 않은가? 너무 권위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세계 최고의 강한 군대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고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룰을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는 말을 들었다.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모든 상위 직급자를 쉽게 권위주의자로 만든다. 권위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직위와 직급이 허용하는 정상적인 권위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그 어려운 길을 노력해서 정진해 나가려고 생각을 하겠는가? 권위를 가지고 유지하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권위있는 사람의 말을 귀기울여 들을 자세를 갖추면 그들에게서 지혜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권위주의자는 어떤 모습일까? 귀는 없고 입만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직위를 이용해서 부당한 방법으로 타인을 억누르는 사람이다. 이런 사례는 언론에서도 너무 많이 나와서 굳이 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렇게 행동하면 꼰대가 되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면 꼰대 취급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기 전에 권위와 권위주의에 대한 정의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야.. 진짜 세상 많이 좋아졌다. 요즘은 좀 무서운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흡연장에 갔는데 새로 전입 온 여군이 딱 다리 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거야.. 엄청 당황해서 내가 자리를 피했잖아. 같이 앉아서 담배 피우기도 그렇고...'

'아이고... 너 꼰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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